나는 심리상담사다. 그리고 지금, 전쟁을 보고 있다.

이란 출신 심리상담사가 전쟁의 심리적 충격을 이야기하다.

by Tara

나는 심리상담사다.
매일 누군가의 불안, 공포,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번 주, 나는 내 조국—이란—이 파괴 위협을 받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일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내 가족은 이란에 있다.
그리고 요즘, 나의 전문성과 나의 정체성은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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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테헤란을 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1,500만 명의 시민에게 떠나라고 말하는 건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 위협이다.
이란에는 대피소도, 피난 경로도 없다.
이건 군사전이 아니라, **심리전(心理戰)**이다.

사람들의 삶을 마비시키고, 공포로 조용히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문제는—세계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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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이 만든 트라우마: 전쟁 전의 전쟁

트라우마는 전쟁이 터진 후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트라우마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서서히 몸과 마음을 무너뜨린다.

지금 이란 안에서는:

매일 뉴스 속보를 확인하며 불안에 빠진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공황 증상을 겪는다.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고 중요한 인생 이벤트를 취소한다.

두통, 소화불량, 근육 긴장 등 몸의 이상 반응을 경험한다.

아이들조차 조용히 불안을 흡수하고 있다.

이건 ‘긴장 상황’이 아니다.
전신의 신경계가 위기 모드로 들어간 집단적 트라우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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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있는 이란인들도 고통받고 있다

나는 한국에 있다. 나는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해외 이란인들은

매일 가족에게 연락하며 무력감을 느끼고

살아 있다는 죄책감 속에서 밥을 먹고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자책 속에서 버티고 있다


이건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연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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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아픈 건, 세계의 침묵이다.
서구 언론과 정치 지도자들은 이 상황을 '긴장 고조'라고 표현하거나 아예 무시한다.

하지만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승인이다.

그리고 이란 사람들에게는
"당신들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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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로서의 고통: 내가 누군가를 돕는 동안, 나도 무너진다

상담사는 감정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러나 요즘 나는,

내담자 앞에서는 차분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손이 떨린다


나는 전문가지만, 동시에 인간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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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짜로 필요한 건, 연민이 아니라 '목격자'다

이란인들은 동정을 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

이 상황을 보고, 들어주고,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세계의 심리 전문가들도 이 상황을 ‘정치 이슈’로만 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발생하고 있는 집단 트라우마로 인식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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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 이란에서 실제 전투가 시작된 건 아닐지 몰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

매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으로

밤새 깨어 있는 것으로

미래가 지워지는 것으로


나는 이 글을 쓰며,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나는 그냥 말하고 싶다:

> 침묵은 상처다.
공감은 선택이다.
그리고 전쟁을 막기 위한 첫걸음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고통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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