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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켈러는 그의 책 ⟪원 씽(The ONE Thing)⟫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에 집중했다.”
하나의 질문, 하나의 일, 하나의 목표에 몰입했을 때야말로 비로소 진짜 성과가 나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현실은 꽤나 달라보인다.
투자자에게는 포트폴리오가 있고, 사업가의 초기 시절은 시도와 혼란의 연속이다. 오늘은 쇼핑몰을 만들고, 내일은 강의를 기획하며, 다음 주엔 지인을 따라 크립토에 손댄다.
사업뿐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이미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가족, 친구, 학교, 직장, 연애, 결혼, 출산, 이직… 하나에만 몰입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인 것 같다.
게다가 최근 국내에선 '부업 열풍'까지 불고 있다. 2024년 2분기 기준, 부업을 병행한 취업자는 월평균 67만명대라고 한다. 2014년 이후 최대치이다. (출처: 뉴데일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만 집중해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분산’이 정답일까?
페이팔과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은 ⟪제로 투 원⟫에서 ‘인생은 결국 투자의 한 형태’라며, ‘분산’에 대해 통렬히 지적한다:
“기업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각화된 위험분산 전략에 적합한 회사인가’라는 금융 질문으로 넘어가는 순간 … … 복권을 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고 만다. 스스로 복권에 응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실패할 것에 대비해 심리적 준비를 하고 있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 피터 틸, ⟪제로 투 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하나의 아이템을 찾고, 거기에 모든 에너지를 몰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one of them’이 아닌 ‘zero to one’을 이루는 창조적 기업의 DNA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에서는 분산에 찬성하는 사업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아보인다.
사업가 인터뷰 콘텐츠로 유명한 School of Hard Knocks는 SNS 팔로워 수가 도합 700만 명을 넘는다.
사업가들에게 “당신은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습니까?”와 같이 질문했을 때 67%가 “NO”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대부분의 응답자가 부동산 업계 종사자였다는 사실이다.
‘분산 전략’은 자산 운용에 가까운 사업모델에선 유효할 수 있지만, 운영과 실행이 중요한 창업 초기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자산 운용’에서조차 ‘분산’ 전략이 정말로 올바른 접근일까?
2000년대 초,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를 보자. 투자의 대부 찰리 멍거는 “현대의 포트폴리오 이론은 정신병적이다.”이라며 분산 투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침을 날린다.
“much of what is taught in modern corporate finance courses is twaddle. the Modern Portfolio Theory involves the type of dementia I just can't even classify. something very strange is going on.” — 찰리 멍거
이어서 워렌 버핏도 이에 동의하며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에게 ‘분산’은 터무니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diversification as practice generally makes very little sense for anyone that knows what they're doing. diversification is a protection against ignorance” — 워렌 버핏
즉 투자자에게조차도, ‘분산’ 전략은 되짚어 고민해봐야할 주제일 것이다. 하물며 창업가에게는 어떨까?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세일즈와 성공철학으로 유명한 그랜트 카돈도 워렌 버핏과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한다.
“이기고 싶다면 지배하라. 삶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집착하는 것이다.” — 그랜트 카돈, ⟪집착의 법칙⟫
⟪집착의 법칙⟫, ⟪10배의 법칙⟫에서 그는 자신의 성공원인을 ‘집착’의 덕으로 돌렸는데.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리스크 관리를 ‘분산’을 통해 수동적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이룬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분산’ 전략은 사업에 대한 통제권을 외부로 떠넘기는 것이며, 이는 곧 도박장에서 잭팟을 터트리길 바라는 심리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피터 틸도 줄곧 창업가의 ‘다각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기업가가 스스로를 ‘다각화’할 방법은 없다. 동시에 수십 개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그 중 하나가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얘기다.” — 피터 틸, ⟪제로 투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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