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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로 여는 세상" (치약 뚜껑의 나사 구조)

맨발바닥 공동주택

by 맨발바닥





‘ 우웅 샤아아~~’


세면대에 수돗물이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한 손에 칫솔을 들고, 치약 뚜껑을 돌리자면 나선형 스크루가 드러난다

참으로 신기하고 예쁘게 생겼다.


누가 처음 스크루를 만들었을까?

DNA 정보를 담은 이중 나선 구조를 닮은 스크루.

그 휘감아 올려진 곡선에서는 마치 아름다운 변주곡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치약이 나올 수 있게 '열고 닫는'것.


스크루 뚜껑을 오른쪽으로 돌려 닫은 것은 마치, 우리네 공동체의 삶을 보는 것 같다.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기보다는 닫고, 분리되려는 삶.

사람들은 물질의 추구와 자아 욕망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

가족을 부양하고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그와 반대로 살아가는 종교인이 있다.

그들은 나와 내 가족보다는, 진리와 하나님이라는 더 큰 존재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나선의 방향을 반대로 풀어 치약의 '진리'가 나오게 하려는 삶인 것이다.

현실의 밝은 삶보다는 정신적인 이면의 삶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태양을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달을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이렇게 각자의 방향성 대로 원을 그리며 살아간다.

이중나선 구조가 맞물리듯 그들은 어느 구심점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의견을 교환하며, 자신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종교인이 전해주는 진리에 사람들은 보답으로 헌금과 보시를 하고

종교인은 그것으로 육체를 보전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반대로, 삶의 어려움에 직면할 때면 종교에 손을 내밀며 도움을 청하듯

그렇게 열리고 닫히며 돌아가는 것이다.


서로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다 보니, 공동체 사람들은 물질 만능에 빠져 육체의 치장을 위해 정신을 소모하고, 종교인은 정신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물질은 세속적이고 허망한 것이라 여기며 책망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갈등 속에서 나와 다른 존재를 알게 된다.

부족한 점을 채우고 먼지를 털어내며 성장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진리와 하나님의 모습을 신화 속 그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하나님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것은 오직 '인간'을 통해서 일 것이다.

그와 그녀의 입술을 통해서 손짓으로 몸짓으로 그 존재를 표현할 것이다.

남, 여가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며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공동체 사람과 종교인이 공생하듯.. 서로를 보고 배우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서로 사랑하고 갈등하며 성숙해질 때 생명은 잉태된다.

그것은 연속성이며, 다음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본다.


반쪽짜리 옷을 걸치고 앞면에는 사진작가의 옷.

뒷면에는 푸른 옷을 입고 깊은 산속 사찰로 사찰로.. 떠돌던 시간

오른쪽에도 설 수 없고, 왼쪽에도 설 수 없던 날들.

틈 속에 존재하는 그 삶 속에서

나는 아내를 만나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한다.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속 산티아고처럼 보석을 찾아 떠돌 듯, 돌아와 정착한 집

이곳 하나 된 삶 속에서 나는 진리의 향기를 맡아본다.


공동체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닫으려고 하는 그 치약 속에는

자신에 대한 탐구와 그 너머의 신성한 존재가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하나 된 진리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그 안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씨앗처럼 단단한 마음이 풀어질 때, 치약 속 진리는 드러날 것이다.


치약의 나선은 오른쪽으로 돌아가지만, 뚜껑에서는 왼쪽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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