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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처럼 쌓아둔 위시리스트

작은 행복 목록

by 뽀시락 쿠크

겨울이 오고 있다.

코끝이 시려오고, 저녁은 더 빨리 찾아온다. 이제 곧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집 안을 따뜻하게 만들 시간이다. 그리고 나는 해보고 싶은 것들을 도토리처럼 쌓아두고 있다.


전기장판 틀어두고 좋아하는 드라마 정주행하기. 옆에는 귤, 밤, 팝콘 필수! 엄마, 이모들과 수다 떨며 놀기. 연말 플레이리스트로 힐링하며 연말 분위기 만끽하기. 친구들 만나서 즐겁게 떠들고 웃기.

집콕하면서 읽고 싶은 책 줄줄 읽기. 집 대청소하기. 창틀, 부엌, 옷장 모두 포함! 추위와 벌레를 싫어해서 캠핑 엄두도 못 내는 우리 가족은 집에서 캠핑 놀이 해보기. 전자책 만들어보기. 그림 그리기. 노래 배우기.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다 보니 웃음이 난다. 거창한 것 하나 없고, 소소한 것 들이다.


사실 이 목록을 겨울 내에 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것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생각보다 재미없을 수도 있다. 집 대청소는 아마 계속 미루다가 겨울이 끝날지도 모른다. 노래 부르기는 시작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리스트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겨울엔 이걸 해봐야지" 하며 상상하는 시간. 전기장판 위에 누워 드라마를 보는 나, 친구들과 웃으며 떠드는 나, 책장을 넘기는 나. 그 모습들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시도해 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만으로도 이미 삶은 충분히 재미있는 것 같다.

올겨울엔 이런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루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천천히 즐기고 싶다.


도토리처럼 쌓아둔 겨울의 소망들을 하나씩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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