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
오래전에 할머니 댁에 갔던 기억이 난다.
소 여물을 주는 우사 한쪽에서 작은 곤충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동그란 검은 공 같은 걸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쇠똥구리였다.
‘쇠똥구리(Dung beetle)’는 곤충학 분류상 딱정벌레목 풍뎅이과에 속한다.
그들은 다리로 똥을 공처럼 만들어 뒤로 걸으며 굴린다.
놀랍게도 밤에는 별자리, 특히 은하수를 보며 방향을 잡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은하수를 따라 길을 찾는 쇠똥구리와 달리,
우리는 어떤 방향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
진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방향성’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직업을 고를 때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능력을 인정받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
그리고 보상은 적정한지—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한 지인이 이렇게 조언했다.
“이런저런 고민 너무 하지 마.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거운 게 최고야.”
"행복한 일"은, 일하면서 정서적으로 만족을 느끼는 삶이다.
만족도는 올라가고, 번아웃은 줄어든다.
"하고 싶은 일"은, 열정이 깃들고 흥미와 호기심이 지속된다.
몰입의 경험을 통해 자기 성장을 이룬다.
"즐거운 일"은,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의미 있는 즐거움’은 꾸준함을 유지하게 하고 자존감을 높인다.
"잘하는 일"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때 생긴다.
성취감을 얻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는 이렇게 말했다.
“지혜롭게 즐기지 못하는 자는 행복할 수 없다.”
즐기며 사는 것이 정말 행복을 보장할까?
에피쿠로스가 말한 ‘즐거움’은 순간의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평정한 상태를 뜻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 바로 ‘이키가이(Ikigai)’다.
이키가이는 일본어로 ‘살아 있는 이유’ 혹은 ‘삶의 보람’을 뜻한다.
‘이키(生き, 살다)’와 ‘가이(甲斐, 가치·보람)’가 합쳐진 말이다.
이키가이는 단순히 꿈이 아니라 ‘삶의 설계도’에 가깝다.
내가 사랑하는 것(What you love),
내가 잘하는 것(What you are good at),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What the world needs),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What you can be paid for) —
이 네 가지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키가이’다.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적 기여가 맞닿은 일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순간.
노동이 아닌 놀이처럼 느껴졌던 그때.
그 일을 잃었을 때 허전함이 꿈속까지 따라왔던 기억.
이키가이는 그런 에너지다.
“나를 활기차게 만드는 목적의 힘.”
결국, 우리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오래 사는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즐거움과 의미의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면,
별을 바라보는 쇠똥구리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은하수를 찾아 걷고 있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이키가이를 향해 걷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