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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노트20화] 진료의 끝에서 남은것.

치과 과잉 치료

by 민이


출근 전, 게을렀던 오전을 벗어나 오후에는 치과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요즘은 치아 치료가 필수인 시대다.
꼬리를 살랑이며 유혹하는 여우를 따라가듯, 달콤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설탕과 과당 같은 단순당은 늘 매력적이다.

사람은 유치 20개, 영구치 32개로 평생 두 번만 이가 난다. 반면 상어는 평생 수천 개의 치아를 가진다.
앞줄의 이가 빠지면 뒤의 이가 밀려나오는 구조로, 여러 줄이 교체되며 강력한 턱을 유지한다.
가끔은 그런 상어가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단것을 많이 먹는다고 모두 충치가 생기는 건 아니다.
입안에 단 음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가 세균 번식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이를 닦지 않으면 반드시 충치가 생길까?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속 이야기가 떠올랐다.

1930년대, 미국의 치과의사 웨스턴 A. 프라이스(Weston A. Price)는 세계 여러 전통 사회를 조사했다.
그는 놀랍게도 양치 습관이 거의 없는데도 가지런하고 건강한 치아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공되지 않은 음식’이었다.
생우유, 해산물, 곡물, 발효식품, 채소,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수 등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섭취했고,
설탕·흰밀가루·정제유 같은 정제식품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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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속에서 깨어나 예약 시간을 맞추려 서둘러 치과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동네 치과였다.
최근 잇몸이 약해진 것 같아 스케일링만 받으려는 마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구강 엑스레이를 찍고, 금세 스케일링이 끝났다.
‘이게 끝인가?’ 싶던 순간, 선생님이 오셔서 말했다.

“잇몸치료를 한 번 더 해야 하고, 충치가 두 개 있네요. 세라믹으로 하면 60만 원 정도예요.”

헛, 예상치 못한 진단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민이 밀려왔다.
목적은 스케일링이었는데, 충치라니.

‘그래, 신경치료로 번지기 전에 미리 하는 게 낫겠지.’
하지만 예산에 없던 지출이라 망설였다.
그때 치위생사 언니가 말했다.

“할부도 가능하세요. 이거 놔두면 더 심해져요. 나중엔 두 배로 드실 수도 있어요.”

결국 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 작은 부분은 레진으로, 큰 어금니는 세라믹으로 해주세요.”

본을 뜨고, 일주일 뒤 다시 예약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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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주일 후, 또 치과에 갔다.
치료 시간은 30분 정도라 했고, 출근까지는 1시간 반이 남아 여유로웠다.
잇몸치료를 받고 세라믹이 씌워졌다.

그런데 치위생사 언니가 말했다.
“어머, 어금니 뒤쪽에 또 충치가 있네요. 이것도 세라믹 해야겠어요.”

순간, 의문이 들었다.
‘그럼 처음에 왜 몰랐던 거지?’

언니는 이어 말했다.
“한번 오신 김에 사랑니 두 개도 빼고 가세요. 음식물이 자꾸 끼어요.
아, 아래 치아가 약간 패였는데요, 이건 레진으로 살짝 붙이면 될 것 같아요.
보험 되는 것도 있지만, 5만 원짜리가 더 오래가요.”

결국 30분이라던 치료는 출근 10분 전까지 이어졌고, 나는 지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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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환자는 ‘의사의 권위에 대한 신뢰’ 때문에 과잉진료를 인식하지 못한다.
아픔에 대한 불안, 의료 지식의 부족이 의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는 경제적 압박이나 성공 욕구에 ‘합리적 이유’를 덧붙여 과잉진료를 정당화한다.

칸트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라”고 했다.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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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깊이 배웠다.
나 또한, 누군가의 불안을 이용하거나 내 ‘합리적 이유’로 타인의 신뢰를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치위생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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