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7시로 변경
높은 십자가 아름다운 성당
예배실 앞에 건장한 신부가 무릎을 모아
영혼의 손을 씻는다
예배실 뒤편
하기 싫은 부탁을 받은 젊은 수녀가 한동안 서성이다
소리 없이 다가가 쪽지를 신부 옆자리에 내려놓고
부리나케 예배실을 빠져 나간다
한동안 마음을 닦은 후
신부는 예배실을 나간다
조금 전 예배실에 들어와 기다리다 청소를 시작한
너는 신부가 앉았던 자리 옆에 놓인 쪽지를 발견한다
그걸 수녀가 본다 너와 수녀의 눈이 마주친다
너는 잽싸게 쪽지를 낚아채 예배실을 빠져나가고
수녀는 너를 따라간다 수녀는 쪽지를 돌려주세요,
너는 그런 건 없어요,
수녀는 너를 쏘아보며
주머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그건 신부님 거란 말이에요
너는 끝내 그런 건 없다며 내달린다
수녀는 쫓아오고
에잇, 너는 꽁꽁 접힌 쪽지를 성당 뒤 깊은 연못 가운데로 던진다
글씨는 서서히 젖어들고 물고기들이 모여 쪼기 시작한다
터져 나오는 질투
수거해야 될 수치
부재중인 욕망
상징의 구멍
.......
숨어 있는 그림자가 보낸
백지 속에서 뜻이 그들을 가위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