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깨져보지 않아 굳은살이 배기지 않은 삶은 정상적인 삶의 행로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삶은 가짜다. 역사가 없는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나는 틀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틀렸었다. 복수심을 무대 삼아 삶은 화려했지만 성장하지는 않았다. 더 후퇴한 것일지도 모른다. 증오와 경멸로 가득 찬 마음이 곧 신이 되고 다른 빈칸은 허용되지 않았다.
당신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이 신이다라는 말은 나에게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나는 다른 신을 섬겼다. 현실에서는 타인보다는 나 자신을 더 증오하고 경멸하는 것으로 복수가 이루어졌다.
애초에 계획도, 그 계획을 위한 절제도 없었기에 실패를 자초한 셈이다. 누구를 원망하기도 민망하다. 그러나 나는 신을 원망한다. 내가 섬긴 신이 아닌 다른 신을. 그는 꽤 당황스러울지 모르겠다.
평생 나에게, 가족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면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까. 누군가가 손을 내밀 때 잡을 수 있는,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것처럼 집중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내 것이 될 수 있었을까.
누구나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 비보이도 무대가 아닌 곳에서 춤을 춰야 하고 회사원도 회사 밖에서 일을 해야 한다. 고통은 삶의 안팎에서 자유롭게 운동한다.
그것이 역사라 한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통을 받아들일 수 없다. 살기 위해 받아들이는 것을 나는 거부한다. 매일 기억을 되새기며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