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명록 Jul 31. 2023

내던져진 일상을 전시하는 방법

어쩌면 내 초라한 작품을 널어놓기 위해 작업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위안삼기도 했다. 유튜브로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고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 작업실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작가로 데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무런 계획 없이 공간을 계약하고 작업실을 꾸미다가 문득 대체 여기서 무얼 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래, 주제를 정하고 사람을 모아서 오픈 전시를 기획해 보자. 그런 천진난만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단체전을 했던 몇몇 그룹톡방에 조심스레 글을 올렸다. 오픈전시를 함께하자고 연락 달라고. 그런데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전시공간은 차고도 넘치는데 공간이나 기획이 사람을 끌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음만 앞섰고 나는 게을렀다.


회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다만 과거는 현재를 이끌어주진 않는다. 비전공자가 기획하는 미술전시는 ‘무엇이 예술이고 누가 그것을 평가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뒤샹의 변기, 카텔란의 바나나, 제프쿤스의 풍선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어떤 이유로 예술이 되었을까.


예술에 정답이 없다는 환상 속에 얼마나 많은 오만과 위선이 전시되고 있나. 나는 아직 찾아야 할 질문이 많아서 답이 없는 것뿐이라고 내 시간과 정신에 대고 의미를 부여해 본다. 어떤 목적으로, 왜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일상이 인생을 전시하듯 내던져진다. 예술이 과연 평가하고 평가받는 일상에서 구원을 줄 수 있는지, 이제부터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젠 잊기로 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