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을 통해 돌아본 나의 신입시절
나는 15년 차 회사원이다. 첫 직장에서 8년 가까이 보내고 지금 직장으로 이직한 뒤 다시 7년이 지났다. 나도 연차가 꽤 찼지만 사람을 워낙 안 뽑다 보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팀에서 막내 취급받던 때도 있었다. 올해는 조직개편 후 나보다 어린 동료들이 우리 팀에 들어오게 되었고 우연히 첫 팀회식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앉게 되었다. 저녁 식사 내내 회사 이야기와 개인사를 주제로 재미있게 대화하다가, 회식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 나이를 확인하는데 헉하고 깜짝 놀랐다. 나보다 어린 줄은 알았지만 00년생, 99년생 등 나와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들이었다. 자기들끼리 서로 나이를 물으며 '와 생각보다 어리시구나.', '오 동안이시네요.' 대화를 주고받다가 나에게도 나이를 물어봤다. "혹시 몇 년생인지 여쭤봐도 돼요?" 한다. 나는 "아니요, 말 못 하겠어요."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웃으며 은근슬쩍 넘어갔다. 나이가 부끄러운 건 아닌데 내가 그 친구들의 어린 나이에 놀란 것처럼 내 나이를 듣고도 깜짝 놀라할 것 같아 왠지 숨기고 싶었다. 어느새 내 나이가, 연차가 그렇게 많이 찼구나 와닿으면서 그에 맞게 정신 차리고 잘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에서 우리 파트는 3명이 함께 일하는데 그중 한 분이 휴직을 하시면서, 회식 자리에서 함께했던 그 00년생 동료가 우리 파트로 합류하여 함께 일하게 되었다. 팀장님은 아직 신입이고 우리 파트에 중간에 들어와 일을 하게 되었으니 같이 잘 챙겨달라 부탁하셨다. 작년에 입사하여 이제 2년 차가 되는 친구인데, 일의 세세한 진행 순서부터 유관부서에 보내는 메시지 한마디까지 아주 사소한 것도 하나하나 물어보며 일한다. 어떤 내용으로 메시지를 적어야 하는지, 내용을 작성한 후에는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묻곤 한다. 나는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고 내 문제를 다루느라 남에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잘 없다. 그래도 팀장님이 함께 챙겨달라 부탁한 업무는, 반은 내 일이라 생각하고 빠진 부분 채워주며 어떤 질문에도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려고 한다. 그 동료를 보며 나의 신입 시절을 생각해 보게 된다. '맞아 너무 오래되어서 다 잊고 있었는데, 이제는 손에 너무 익어서 원래 아는 거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이, 나도 그때그때 누군가 가르쳐주어 알게 된 것들이지.' 깨닫게 된다.
이전 직장에 입사했던 첫 해에, 내가 신입이니 비교적 쉬운 일이라며 맡긴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맡은 일들이 그 해에 갑자기 이슈가 되어 전부 뒤집어엎고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고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시 파트장이던 과장님과 같은 파트 선배들이 내게 주어진 일을 같이 해결하기 위해 매일같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싸매고 야근까지 하며 함께 고민해 주었다. 그리고 난생처음 회사생활에 큰 일까지 맡게 되어 좌충우돌하는 나에게, 신입인데 정말 잘 해내고 있다고 칭찬하고 다독여주었던 게 생각난다. 당시에는 정말로 내가 신입인 것 치고 일을 꽤 잘하네라고 생각했고, 중요한 일이 맡겨져도 잘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면 부족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팀에서 한 명의 몫을 해내게 하려고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탱해주고 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가장 가까이에서 내 일을 함께 고민해 준 선배들부터 크고 작은 엉뚱한 질문들을 받아준 유관부서 사람들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감사 인사를 지금에야 전한다. 그 은혜를 15년이 지난 후에야 우리 팀 신입에게 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