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게 배운 건 돈의 기술이 아니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머릿속엔 질문이 가득했다.
어떻게 자산을 불렸는지, 투자 비법은 뭔지,
지금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같은
전형적인 궁금증들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얘기를 먼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씨 얘기, 일상의 루틴, 요즘 읽는 책,
그리고 '요즘 잘 쉬고 있냐'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나는 약간 당황했고, 그게 조금 의외였다.
나는 재테크 이야기를 기대했고,
그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이야기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그 돈을 벌면서 내가 얼마나 나를 소모하고 있는지를
항상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돈을 벌수록 시간의 쓰임에 예민해져야 해요.
돈은 회복되지만, 시간은 회복되지 않으니까요."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그는 검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시도 하지 않았다.
옷은 좋지만 단정했고, 시계는 비쌌지만 조용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여유'였다.
대화를 할 때 스마트폰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상대방이 다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여유는 돈이 많아서 생긴 게 아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고,
가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지녔다.
그게 진짜 부자의 모습 같았다.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돈을 벌기 위해,
너무 많은 걸 동시에 하고 있었구나.
부업, 투자, 회사 일, 인간관계까지
모든 걸 빠르게 해내야 한다고 믿었고
그러다 보니 매일이 조급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잘 살고 싶으면, 하루를 분산하지 말고 몰입하세요."
그 순간, 돈이 아니라 집중력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 오래 맴돌았다.
100억대 자산가를 만나고 배운 건
돈을 불리는 비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 시간이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돈은 그 방향 위에 놓여야 의미가 생긴다는 것.
그날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내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