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더 무서웠던 건, 나에 대한 자책
카드값이 밀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다음은 월세, 핸드폰 요금, 보험료.
자동이체가 빠져나가지 않고, 통장은 마이너스를 찍었고,
카톡으로 오는 독촉 문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서운 건 그 금액보다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하면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간 것이었다.
이럴 줄 몰랐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해보려는 마음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돈이 좀 필요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이 되었을까.
그냥 잠깐만 도움받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 말을 하지 못해서 혼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느 날 우연히 검색하다가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숨기지 않고 말하는 용기,
그 안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흔적,
그 글을 읽으며 처음으로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겼다.
당장 모든 게 해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었다.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내가 그 글을 읽고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런 작은 숨구멍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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