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집을 산다는 게 뭔지 알게 됐다
경매라는 단어는 왠지 전문적인 영역처럼 느껴졌다.
TV에서만 보던 이야기 같았고, 누군가의 성공담 속 이야기 같았다.
그러다 지인이 우연히 말한 한 마디에 귀가 열렸다.
"경매로 사면 싸게 살 수 있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
시작은 가볍고 단순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반,
지금 안 하면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조급함 반.
입찰서를 쓰기 전날 밤,
나는 집값보다 마음의 무게에 눌려 있었다.
감정가는 맞는 걸까, 저 집의 구조는 괜찮은 걸까,
혹시 모르는 하자나 세입자 문제는 없을까.
고민은 깊었고, 입찰가는 계속 바뀌었고,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도 떨리는 손으로 제출했다.
낙찰을 받았다는 문자를 받았을 땐, 기쁨보다 멍함이 먼저 왔다.
'진짜 내가 이걸 해냈다고?'
낙찰 이후에도 할 일이 많았다.
잔금 준비, 명도 협의, 서류 정리.
복잡한 절차와 의외의 변수들 속에서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은 순간이 수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면서
그래도 해보길 잘했다는 감정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건 단순히 싸게 산 뿌듯함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금도 그 집에 가면 낙찰가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입찰서를 썼던 새벽의 공기,
현장을 돌아보며 느꼈던 미세한 감각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였던 내 마음이다.
집은 결국 숫자보다도 감정의 기록이 된다는 걸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경매는 나에게 싸게 사는 법이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