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대신 드레스와 정장을 입는다.
오래 전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졸업식을 학교 운동장에서 했다. 아직 칼바람이 부는 2월 어느 날, 약 1천명쯤 되는 졸업생들이 오와 열을 맞춰서 운동장에 서 있었고 맨 앞 구령대(조회대)에 교장선생님이 올라가서 상장을 주고 훈화를 하셨다. 요즘은 강당에서 한다고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선생님들은 연단 위에 계시고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강당 중앙에 앉아 있다. 장소만 실내로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인물 배치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이가 그리스에서 고등학교 졸업을 했다. 국제학교라서 그리스 로컬 고등학교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리스 지인들 말을 들어보면 전체적인 컨셉은 비슷하다고는 한다. 우리 졸업식과 다른 점 몇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교복 대신 드레스와 정장을 입는다. 체형이 우리와 달라서인지 이렇게 입혀 놓으니 성인이나 다름없다. 키 크고 잘 생긴 아이들은 완전 모델같기도 하다. 식장에 가족들이 미리 와서 앉아 있는 상태에서 "학생 입장" 신호에 따라 아이들이 잔뜩 빼 입은 맵시를 뽑내며 무대로 입장할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 어떤 엄마들은 그간의 노고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지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둘째, 졸업식장 한 켠에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미리 와서 기다리는 부모들이 한 잔씩 들고 다른 학부형들과 담소를 나눈다. 정식 술자리가 아니어서인지 안주는 없더라. 알콜 분해효소가 거의 없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까비..콜라도 좀 준비해 주지..
셋째,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 소개하고 악수하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어쩌면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약 100명)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학생 대표 한 명만 나가서 졸업장을 받는 것보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고 교장과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넷째, 졸업식이 끝난 후엔 학교 뒷뜰에서 간단한 스탠딩 파티를 잠시 한다. 이 자리에선 알콜없는 음료수들과 과일 등을 먹으며 선생님, 학생, 부모들이 그간의 학교생활 등에 대해 대화하면서 석별의 정을 나눈다. 간혹 삘 받은 애들은 수영장에 뛰어들기도 한다는데 이날은 그런 일이 없었다. 이 행사 이후엔 미리 예약해 놓은 인근 바(Bar)로 이동한다. 선생님들도 같이 가서 제자들에게 술 한 잔 따라준단다. 공식적인 성인인증이다. 선생님들이 초반에 잠시 같이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빠져주면 그 때부터 아이들만의 광란의 파티가 벌어진다. 물론 원하는 사람은 중간에 빠져나올 수 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처럼 엄숙하게 졸업식을 하는 것도 진중해서 보기 좋고, 그리스처럼 화려하고 화끈하게 하는 것도 재미있어 보인다. 다만 "I" 성향인 나는 개인적으로 좀 부담스럽기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