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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겠습니다!

-<더펠로우스> 재즈공연 감상록

by 어느니
<더팰로우스> 재즈밴드 리더이자 가수가 노래 부르다


가을이 올랑말랑 아니, 성큼 와야 할 때이건만 길이라도 잃어버렸나... 올 줄을 모르니, 직접 재즈 음악회에서 가을을 마중나가기로 했다.

공연 소식을 늦게 알게 되어 급히 서둘러 갔다. 단지 재즈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관객석에 자리한 분들은 대부분 연령이 높은 분들이었다. 의외였다

트로트를 좋아할 연령대라는 고정된 관념이 있던 터라...

어쨌든 공연은 시작되었다 <더펠로우스>.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지 10년. 왕성한 활동 중이라며 밴드 리더가 직접 소개를 하신다.

기타 2, 건반 2 드럼 1 콘트라베이스 1 가수와 이렇게 6인으로 구성된 재즈밴드였다. 일렉트릭 기타와 콘트라베이스는 한 분이 두 악기를 연주한다. 확장된 하모니 중심의 실내악형 재즈 또는 모던 재즈 앙상블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앙상블형 재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밴드 멤버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고, 다양했다. 가수이자 밴드 리더는 74세. 30년 사업을 하다 60에 사업을 접고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판소리 3년 재즈 공부 7년째 하고 있다며 무대 메너도 수준급. 너스레 아닌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이미 아마추어를 벗어난 지 오래.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관객석으로 쉽게 전해온다.

노래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고 할까. 간헐적으로 선보이는 살짝살짝 춤동작. 이미 관객을 사로잡을 리듬감과 유연성이 멋지다. 감각과 감성, 연령과의 매치가 잘 안 된다. 정비례하지 않는다. 역시 편견이었음을 확인하고 말았다. 가수이자 리더는 아마츄어리즘을 가장 싫어하신다며, 혹독하게 연습을 하고 있다며, 한강이남 지역에선 최고의 밴드 수준이라며, 멤버를 소개하였다. 연주자들의 손놀림을 유심히 보니 예사롭지가 않았다. 각 멤버들과 얽힌 역사와 스토리 또한 아티스틱한 인연들이었다.


초대연주자. 83세. 기타와 물아일체 무아지경


또한, 83세 노익장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 수준도 대단했다. 기타와의 물아일체의 몸동작도 과감해서 마음이 괜스레 불안 불안하기도 했다. 저렇게 분투하시다 삐끗하기라도 할까 봐...

불안은 괜한 걱정으로 끝났고 안도와 감동의 무아지경에 이르는 순간이었음을.

기타리스트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과거는 어땠고, 가족들은 어땠을까?

공연이 중간을 넘어서자, 사회자가 자신도 “오늘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던진다. 이 공연이 주는 메시지였다.

가슴에 작은 파문이 밀려온다. “역시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잘못한 일은 아니었어!”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귀에 익숙한 음악, 그렇지 않은 음악 등등 <더펠로우스>는 17곡의 연주와 노래를 하였다.

마지막 노래 2곡은, 기존의 음악과는 분위가 달랐다.

어릴 적 시골에서 어른들이 잔치나 행사 뒤풀이 때 우리 집에 모여서 부르던 노래. 술 한잔에 젓가락 두드리며 흥이 과해지면 춤도 추고 싸움도 하고... 닭온밥(닭죽) 끓이는 엄마옆에서 시중들며 오가다 들었던 노래들. <홍도야 울지 마라>와 “아~ 잘 있거라 부산항구야 미스김도 잘 있고요 미스리도 안녕~”이라는 노래인데 이 대목만 생각나서 제목은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제목이 <잘 있거라 부산항> 이란다. 종종 들었던 노래인지라 가사와 음이 드문드문 생각났고 같이 따라 불렀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기분이 새삼스러웠다. 재즈 음악도 좋았지만, 들어서 익숙하고 편한 노래, 잊힌 노래를 떠올리며 떼창으로 부르는 기분도 하 좋았다. 관객 모두 신나서 열심히 따라 부르는 걸 보니 아는 노래들인가 보다. 모두 추억의 한 페이지를 넘기며... 금방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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