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라는 막연한 꿈, ‘중국어가 뜬다’는 말에 선택한 전공 이야기.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물었다.
"너희 꿈은 뭐니?"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외교관이요!"
그 단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늘 오가던 등굣길이 아닌 낯선 나라, 다른 언어로 외국인과 자유롭게 소통을 하는 나의 멋진 모습.
그 막연한 이미지 하나로 나는 오래도록 그 꿈을 품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진로를 정할 때, 그 꿈은 이미 내 안에서 흐릿해져 있었다.
외교관? 왠지 어려워 보였고, 너무 멀게 느껴졌다.
외고를 나온 평범하지 않은 비상한 사람들만 하는 직업 같았다.
그렇게 나는 현실에 맞게 가슴 저 깊숙한 곳으로 나의 꿈을 묻었다.
그즈음,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앞으로는 중국어가 대세야."
"중국 시장이 커지고 있어."
"중국어 전공하면 먹고살 걱정 없을 거야."
"중국사람들한테 볼펜 한 자루만 팔아도 몇 억 개를 팔 수 있다지 뭐야. "
그 말들이 내 마음 깊이 뿌리내렸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구나…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다고 하니깐 괜찮은 선택이겠지.’
그렇게 나는 중국어 전공을 선택했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그게 맞는 길’ 같았다. 이 선택이 날 막연히 먹여 살려줄 것만 같았다.
외교관이 되고 싶었던 나의 깊은 꿈은 중국어 전공이라는 현실의 물을 맞고 싹을 틔었다.
돌아보면, 남들이 골라준 길인 동시에 내 오랜 꿈, 내 선택이었다.
당시의 나는 ‘성찰’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좋다고 하면 좋은 줄 알았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게 곧 나의 가능성인 줄 알았다.
그 선택이 이후의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깊이 따져보지 못했다.
그땐 그저, 무난하면 괜찮은 줄 알았다. 남이 좋다고 하면 좋은 줄 알았다.
그 선택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그때 왜 더 묻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진짜 원하는 다른 게 있지 않았을까?’
그 단순한 질문 하나만 했더라도, 다른 길을 걸었을까?
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그때 그 막연함이,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과 의견에 순응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잔잔한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던 오리처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아니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 안의 발버둥.
나만의 소중한 성찰의 결과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