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아닌 자의 한계 — 좀도둑은 왜 끊이지 않는가

당사자가 되어라 — Part 1. 해부

by 까치와 호랑이

채권추심이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추심인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위임직채권추심인이 경찰에 검거되었다. 채무자로부터 회수한 변제금 수백만 원을 본사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 계좌로 돌린 혐의였다. 수법은 단순했다. 채무자에게 본인 명의 계좌를 안내하고, 입금을 확인한 뒤 본사 시스템에는 "채무자 연락 두절"로 기록했다. 발각은 우연이었다. 채무자가 별건으로 본사에 전화를 걸어 "이미 입금했는데 왜 또 연락이 오느냐"고 항의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결말은 촌극에 가까웠다. 본사는 즉시 위임계약을 해지하고 꼬리를 잘랐다. 위임직은 정직원이 아니므로 해고도 아니고 징계도 아니다. 계약 종료. 그것으로 끝이다. 형사 절차에서도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다. 해당 금원은 채권자(의뢰인)의 돈인가, 본사(신용정보회사)의 돈인가, 아니면 위임직 본인의 돈인가. 소유권의 귀속이 불분명하다. 대법원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한 논리에 따르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수령한 금전은 수령자 본인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타인의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좀도둑이 잡혔는데, 처벌할 법이 애매하다. 이 어이없는 해프닝이 반복되는 이유는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다. 구조다.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타인의 돈을 맡기면, 그 돈의 법적 귀속이 모호해지고, 모호한 귀속은 형사적 사각지대를 만든다.




이 구조의 법적 이름은 '위임'이다.


신용정보법 제2조 제10호가 정의하는 채권추심업은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변제하기로 약정한 날까지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재산조사, 변제의 촉구 또는 채무자로부터의 변제금 수령을 통하여 채권자를 대신하여 추심채권을 행사하는 행위"다. 핵심어는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와 "채권자를 대신하여"다. 채권의 소유권은 이동하지 않는다. 추심인은 채권의 주인이 아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민법 제680조는 위임을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위탁된 사무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 자체의 소유권이나 처분권은 수임인에게 이전되지 않는다. 권리의 주체는 여전히 위임인으로 남는다. 수임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제681조)를 다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일 뿐이다.


이 실체법적 한계가 이후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된다.


본사-지점-위임직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를 보자.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은 신용정보회사(자본금 50억 원 이내, 신용정보법 제6조)가 꼭대기에 있다. 그 아래에 직영 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지점이 있다. 지점장을 필두로 수 명의 위임직채권추심인이 본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수행한다(제27조 제3항). 위임직은 본사의 직원이 아니다. 1~2천만 원 상당의 보증보험을 걸고 들어온 개인 사업자에 가깝다. 그러나 개인 사업자의 독립성은 없다. 본사의 전산 시스템, 의뢰 채권의 배분, 수수료율 결정 — 모든 것이 본사의 통제 아래 있다. 독립적이지도, 종속적이지도 않은 기형적 중간지대.


사고가 터지면 구조가 드러난다. 위임직이 비리를 저지르면 본사는 위임계약을 해지한다. 꼬리 자르기. 본사는 "우리는 위임인일 뿐 고용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금감원이 제재를 가하면 본사는 "해당 위임직은 이미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보고한다. 책임은 증발한다. 위임직은 처벌받되, 본사는 구조적으로 면책된다. 1~2천만 원짜리 보증보험은 피해 보전에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보험사의 지급 심사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채권자(의뢰인)는 추심인의 횡령으로 돈을 잃고, 본사에 책임을 물으려 해도 위임 구조의 벽에 부딪힌다.

당사자가 아닌 자는 책임지지 않는다.




법적 무능력은 더 심각하다.


당사자가 아닌 위임직채권추심인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법적 장벽을 나열하면, 이 산업의 실무적 파산이 선명해진다.


첫째, 전자소송 시스템에 자기 이름으로 로그인할 수 없다.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은 소송의 '당사자' 본인 명의의 공동인증서를 통한 실명 확인을 요구한다. 당사자가 아닌 추심인은 시스템의 정당한 이용자가 되지 못한다. 채권자의 인증서를 편법으로 양도받아 접속하는 것은 전자서명법 위반 소지가 있다. 현대 사법 인프라의 총아인 전자소송을 활용하지 못하는 추심인은, 21세기에 수동 타자기를 들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둘째,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 민법 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은 피보전채권을 보유한 '채권자' 본인만이 원고가 되어 행사할 수 있는 고유의 권리다. 추심인이 채무자의 재산 은닉 정황을 아무리 명확히 파악하더라도, 채권자(위임인)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증거 수집 단계에서도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과세정보 제출명령을 독자적으로 신청할 권한이 없다. 대리권의 범위를 엄격히 심사하는 법원 앞에서, 당사자가 아닌 추심인의 증거 접근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셋째, 형사 고소인이 될 수 없다. 채무자가 강제집행면탈(형법 제327조)을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허위양도한 정황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주체는 현장의 추심인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자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본인이다. 추심인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이므로, '고소'가 아닌 '고발'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은 피해자 본인의 출석과 피해 조서 작성을 요구하지만, 위임인이 번거로움을 이유로 수사 협조를 거부하면 사건은 좌초한다. 실질적 정보와 의지를 가진 추심인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 절차에서 배제된다.


넷째, 소송 대리인이 될 수 없다. 신용정보법 제11조 제1항은 신용정보회사의 겸업을 제한하면서 "타인의 권리실행을 위한 소송사건 등의 대리업무"를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변호사법의 변호사 강제주의와 결합하면, 위임직은 채권자의 법정 대리인이 될 수 없다. 소송이 필요할 때마다 채권자를 설득하여 직접 소를 제기하게 하거나 별도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중개해야 한다. 권리를 행사하는 자와 실제로 일하는 자가 분리되어 있다. 이 괴리가 모든 절차에서 마찰비용을 발생시킨다.


대법원이 이 산업의 법적 무능력을 공식적으로 선고한 판결이 있다. 2012다40274. 대법원은 소송신탁 금지의 원칙을 확인하며, "소송 행위만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판시했다. 위임 구조에서 소송 권한만을 넘겨주기 위해 편법적으로 채권을 양도하거나 위탁하는 행위는 이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어 당사자적격이 부정된다. 추심인이 소송을 주도하기 위해 형식상 권리를 양도받는 것은, 법원의 눈에 "탈법적 소송신탁" 또는 "변호사법 회피"로 비친다. 소가 각하된다.


당사자가 아닌 자는 법 앞에서 무력하다.




이 무력한 구조 위에 3중 규제가 올라탄다.


채권추심법(2009년 제정)이 추심 행위의 방법과 한계를 규율한다. 신용정보법이 추심업의 허가와 운영을 규율한다. 2024년 10월 17일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추심 시간·횟수·양도를 추가로 규제한다. 세 법률의 제정 취지는 각각 다르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상호 충돌하며 합법적 추심 동력을 마비시킨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추심총량제는 각 채권별 7일에 7회로 추심 연락을 제한한다. 추심유예제는 재난·사고 시 3개월간 추심을 금지한다. 3회 이상 양도된 채권의 추가 양도를 제한한다. 크레딧포유(채권자변동정보시스템)에 미등록된 채권은 추심 자체가 금지된다(제14조 제3호). 장래이자채권을 면제한다.


김대규 교수(숭실대, 2025)는 이 법의 핵심 규정들이 헌법재판소가 확립한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24조의 담보비율 제한은 일종의 자기자본 규제로 작용하여,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한 영세 채권매입추심업자를 고사시키고 시장경쟁을 축소할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다. 2009년 채권추심법 제정 이후 과잉추심은 이미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규제를 중첩시켰다. 규제의 역설이다.


이 산업은 채무자에 의해 죽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의 법과 관성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추심산업이 쇠퇴하면 무엇이 남는가. 금융기관의 대손상각비가 증가한다. 그 비용은 대출 이자에 전가된다. 상거래와 신용거래가 위축된다. 사기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채권을 회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합법적 추심이 쇠퇴하면 비합법적 추심이 그 자리를 채운다. 사채업, 폭력조직 연계, 미등록 추심업체의 불법 행위가 확대된다. 금융위원회 2025년 7월 29일 간담회는 "은행→저축은행/AMC→대형 매입추심→소형 매입추심"으로 연체채권이 매각되는 구조를 인정하며, 반복매각으로 "점점 갚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추심 강도가 강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돈을 받는 것이 돈 있는 자들만 할 수 있는 조치가 되어가고 있다.




다시 묻는다.


채권추심이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수법이 서툴러서가 아니다. 법이 많아서가 아니다. 추심인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법 앞에서 무력하고, 당사자가 아니기에 횡령을 처벌할 법리가 모호하며, 당사자가 아니기에 책임의 구조가 꼬리 자르기로 귀결된다.


이 구시대적 위임 구조는 사망했다. 아직 사망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미국은 채권을 상품으로 거래하고, 매입자가 '소유자'로서 법정에 선다. 영국은 개별 사업자에게 FCA 인가를 부여한다. 일본은 서비서법으로 채권관리 전문회사에 소송 대리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했다. 독일은 2008년 법률서비스법(RDG)으로 비변호사 채권추심업자에게 법률서비스의 문을 열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추심인을 대리인의 족쇄에서 풀어, 당사자로 세우는 방향.


위임은 끝났다.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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