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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Jul 20. 2024

2024년 7월의 메모 3가지

나도 참 문제가 많았다

오랜만에 코로나 19 생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오랜만에 코로나19를 생각했다. 바이든도 그랬을 것이다. 


놀랍게도… 나는 한 번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 창궐 초기에는 당연하고, 안 걸리는 게 이상할 정도였던 후기에도 그랬다. 나는 몸이 좀 이상할 때마다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음성판정을 받았다. 자가 검사를 했던 것도 아니다. 언제나 동네 의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나중에는 의사가 말했다. “이게 이제 안 걸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도 요즘은 회복이 빠른 편이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런데 검사 결과 또 음성이 나와서 속상할 일이 없었다. 심지어 코로나19에 걸린 줄 몰랐던 어머니와 식사를 했는데, 그날 저녁 어머니와 만난 누나 가족은 다 전염됐지만 나는 또 음성이 나왔다.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걸리셨고, 그래서 여자친구도 걸렸는 데, 그런 줄 모르고 여자친구는 내 집에 왔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지만 나는 또 음성판정을 받았다. 둘 중에 하나다. 코로나19가 나만 피해갔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이 지나갔고, 그래서 검사를 받을 생각도 못했거나. 이유가 무엇이든, 코로나19에 한번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건 나에게 무용담으로 남았다.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눈앞에 있었으면 으스대면서 썰을 풀어줬을 것이다. 


앞집 냄새


담배를 끊은 후 냄새에 민감해졌다. 끊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어쩌다가 한 대씩 피우곤했으니, 담배에 의존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담배 냄새가 사라지고, 다른 냄새가 들어왔다. 앞집 냄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여러 세대가 붙어있다. 어느 날 부턴가, 문을 열면 냄새가 났다. 흔히 ‘홀아비’ 냄새라고 말하는 그런 냄새다. 침착맨 채널에서 언급한 ‘응취’가 그런 냄새일 것이다. 당연히 기분 좋은 냄새가 아니다. 냄새의 진원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앞집에서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냄새가 날 때마다 보면 그 집의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집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이 혼자 살고 있다. 남자가 혼자 산다고 해도 이 정도의 냄새가 날 수 있나. 이렇게 복도 전체를 진동할 만큼, 강력한 호르몬을 가진 것인가! 


담배에 의존하지 않은 지 약 5개월이 지났고, 이 냄새를 맡아온 지 5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사냥개 마냥 이 냄새로 앞집 남자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집의 문이 열려있지 않고, 복도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냄새가 난다면! 그 남자가 조금 전 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것이야! 영락없이 그는 오피스텔 1층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게 참… 민원을 제기하고 싶어도 민원을 제기하기가 난감한 주제라서 또 난감하다. 연기가 나거나, 이상한 약품 냄새가 나거나 그러면 관리실에 이야기를 해볼 텐데… 몸 냄새를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아서다. 분명 그 남자도 이 냄새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 오전 현관문까지 열고 환기를 시키는 걸 텐데… 이왕이면 현관문은 닫고 창문을 열고, 전열교환기를 켜고 방향제를 뿌리면 좋겠다. 관리실에 하소연할 수가 없어서 여기에 쓴다. 


OTT


전 직장이 OTT 플랫폼이다. 퇴사 후에는 OTT에 대해 생각하거나, OTT 업계에 대해 고민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겼다. 한 기관 유튜브 채널에서 ‘OTT’를 주제로 한 영상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촬영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여전히 나는 OTT 생태계에 회의적이었다. ’W와 T가 합병하면 더 큰 규모의 구독자수를 거느린 토종 OTT가 출범하지 않겠어요?’란 질문에 “그렇게 합병해서 흑자를 낼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 아닐까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OTT 구독 방법에 대해 다른 분들이 ‘통신 할인’ 등의 정보를 제공할 때도, ‘일단 자신의 시청 습관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한 후 작가님의 뜨악하는 표정을 보았다. 


그런데 진심이었다. 나는 사람이 사는데에 그렇게 많은 OTT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 24시간 콘텐츠만 보며 살고 싶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잠도 자야 한다. 좋아하는 야구도 가끔 보는데, 그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언제 다 본단 말인가. OTT를 여러개 구독한 사람의 상당수도 잠들기 전에는 유튜브 쇼츠만 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요즘 OTT의 구독 요금이 올라서 큰 일이라거나, 이런저런 구독 요금을 내는 게 부담스럽다는 식의 언론보도를 보면 시큰둥하다. OTT가 생활 경제에 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만한 필수품인가?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OTT의 마케팅을 했으니… 나도 참 문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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