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인구에 대한 서평

Remnant Population - Elizabeth Moon

by Editor C



IMG_2200.JPG?type=w966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엘리자베스 문의 『잔류 인구』는 기존 SF에서 보기 어려운 주인공을 내세운다. 70대 여성 오필리아가 홀로 행성에 남는다는 설정은 『마션』과 같은 고독한 생존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자유를 만끽하던 초반부에서 시작해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 그리고 다시 등장한 인간 사회와의 갈등까지—오필리아는 그 모든 과정을 자신의 방식으로 헤쳐 나간다. 이 작품에서 오필리아는 흔히 SF에서 소비되는 지혜로운 조언자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배울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독자는 기존 SF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혼자 있던 적이 없었다…… 일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그리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스스로가 놀랍다는 생각도 한참 했다.


새 행성 이주 계획을 거부하고 오필리아는 행성에 몰래 남는다. 그녀가 홀로 남아 느낀 감정은 고독이 아니라 해방이다.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난 그녀는 더 이상 ‘착한 아이’도, ‘좋은 아내’도, ‘좋은 어머니’도 될 필요가 없다. 자유로워진 그녀는 이제 보는 이가 없으니 옷을 벗어도 좋고, 언제든 춤을 춰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 결심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필리아가 마침내 사회적 규범을 떨쳐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사회가 사라져도 여전히 우리를 옭아매는 ‘내면화된 역할’의 무게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 오필리아는 행성의 자생종과 마주하게 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은 끝난다. 하지만 SF에서 익숙한 외계 생명체와의 대립 구도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오필리아는 그들을 피하거나 싸우는 대신, 마치 손자를 돌보듯 귀찮지만 책임져야 할 존재로 여긴다. 행성의 토착 괴동물은 원시적 문명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들과 한 걸음씩 천천히 소통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격렬한 액션이 가득한 우주 오페라가 아니라 제인 구달이 침팬지와 가까워지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기존 SF에서 ‘개척 행성’은 남성 영웅이 정복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잔류 인구』는 이를 해체한다. 오필리아는 개척자가 아니라 남겨진 자이며, 그녀의 생존 방식은 정복이 아니라 돌봄과 교류다. 이는 전형적인 SF 서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오필리아와 외계 생명체 간의 소통 과정은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들의 문화를 구성했고, 마치 실제 연구하듯 외계 종족의 사회 구조를 세밀하게 설계했다. 예를 들어, 원시 예술이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었듯이, 이들의 사회에서도 ‘가수’라는 직책이 집단의 외교관 역할을 하며 무리를 선도한다. 출산과 육아가 숭고한 행위로 여겨지며, 둥지를 짓고 보호하는 것이 이들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라는 설정 역시 설득력 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력을 넘어, ‘외계 문명과의 소통’이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전혀 다른 사회 구조를 가진 존재들과 어떻게 이해를 쌓아갈 수 있을까?


오필리아와 외계 생명체가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과정은 순탄해 보이지만, 결국 그녀는 다시 인간 사회와 충돌하게 된다. 젊고 쓸모 있는 인간들이 ‘우주의 관리자’라는 자격으로 행성에 돌아오면서, 그녀가 구축한 세계는 위협받는다. 오필리아가 교육받지 못한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괴동물과 쌓아온 신뢰는 무시당하고, 오히려 ‘인류 기술을 유출했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들은 그녀를 ‘어르신’이라 부르며 회유하려 하지만, 그 호칭 안에는 그녀를 이해하려는 어떤 노력도 담겨 있지 않다. 이 작품은 노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무지가 어떻게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엘리자베스 문은 언제나 소수자성에 주목하는 작가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그녀의 우주 오페라 및 판타지 작품에서도 주요 서사는 여성 중심으로 전개되며, 네뷸러 상을 수상한 『어둠의 속도』에서는 장애가 사라진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자폐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잔류 인구』 역시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다. 여성의 생애, 노년의 자아 탐색, 사회적 역할에서의 해방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SF 팬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문학과 심리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잔류 인구』는 타자화와 대상화를 멈추고, 존재 자체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회적 자아에서 해방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늙어갈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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