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단 과정을

by 황올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본 적이 있는가?

대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노력을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작도 못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불안함을 느낀다. 난관에 봉착할 때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중 일부만을 해내고 만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들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정말 다시 돌아가면 또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역시 생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예전에 TV의 한 개그프로에서 취객 역할을 맡은 개그맨이 치던 멘트이다.

그만큼 세상은 결과만 보고 판단할 때가 많다.

학력, 스펙, 시험 점수, 연봉 등 수치화 된 자료가 객관성을 대체로 띄기 때문이다.

또한 그 결과 이면에는 결과까지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한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다.

나는 22학년도 수능을 위해 2월 22일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2의 저주인가)

그렇게 나는 3,4,5,6월에 상승 곡선을 그리며 모의고사 성적에서 평균적으로 SKY 공대에 진학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8월에 번아웃이 왔지만 저점을 방어하는데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렇게 9,10월을 보내고 11월 수능 당일이 왔다.


내가 대학을 간절히 가고 싶었기 때문에 시험 당일이 다가 올 수록 부담감이 심화되었다. 직전 날에는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전에 학원에서 그냥 대학 보내달라고 떼를 쓰고 싶을 정도로(말이 안되는 이야기이긴하다) 힘든 적은 있었지만, 너무 떨리고 불안해서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였다. 내 머릿속에 수능이 가득 차 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망하면 어떡하지' 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고려 안 할 수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말이 있다. "걱정을 하는 것은 그렇게 되기를 스스로 저주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번아웃이 왔던 8월 후반 쯤, 의대에 다니며 반수를 하는 전교 1등 친구와 자주 다니곤 했다. 그 친구에게 이러한 부담에 대해 고민 상담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본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항상 내신 1등을 유지했었기에 그 친구 역시 성적 유지에 대한 부담이 있었으며, 수능 역시 동일했다고. 그 친구도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심해서 수능 당일 날 국어 지문 가장 쉬운 첫번째 면에 10분 정도나 시간을 날렸다고 한다. 긴장이 되고 글이 순간적으로 안 읽혔기에 그렇다고 했다. 사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은 입장 아니겠는가. 대학은 우리가 느꼈던 부담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성적으로 판단한다. 이것이 결론이었다.


나는 그렇지만 흔들렸다. 수학 시간에 괜히 다른 사람을 신경쓰고 남는 시계를 나누어주고, 뒷자리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코 고는 것에 신경을 쓰느라 내 답안지를 신경쓰지 못했다. 결국 빈자리가 생겼고, 나는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내 실력이 더욱 완성도가 높았다면 이러한 기초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의고사에서 나는 단 한번의 마킹실수를 해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 때처럼 했다. 그냥 내 입장에서는 운이 없다고 표현 할 수 밖에..


나는 도저히 내 성적을 납득할 수가 없었고, 결국 충청도의 혁신도시에 위치한 평가원에 가서 내 답안 사진을 보고 그제서야 이유를 깨달았다. 내 객관식 답안에는 1-5의 숫자가 아닌 7번의 선택을 한 경우가 있었다. 7은 답안에 마킹이 되어있지 않고 비어있음을 의미한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며칠동안 너무 답답했다. 억울하고 분해서 침대랑 1대1로 싸우곤 했다. 부모님께서는 정말 실망하신것만 같아서 죄송했다. 1년간 지원을 받으며 낸 결과가 고작 이거라니. 내 자신이 한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이후에도 2-3년간 정말 그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었다.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갔어야 되는 사람이 아닐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재수 때 나는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그 과정을 거치며 나란 사람은 확실히 한 단계 성장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나는 좋다. 만족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팀의 감독은 현재 3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렇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축구에 목숨 걸 필요 없어, 인생이 더 중요"

그만큼 결과에 대한 부분보다 그 외적인 부분,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팀워크, 경기 너머의 과정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정말 가족같은 축구 팀이고 열정적이며 선수들에게 쉬지 않고 실력과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멋있는 감독이다.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성적에 목숨 걸 필요 없어, 인생이 더 중요.


그렇다면 좋은 과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자신의 내면에 경청을 해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후에는 그것을 현실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어떤 일부터 해야 할 지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때에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바람직하고, 건전해야 할 것이다.(타인을 많이 고려해야 된다) 마지막으로 이를 하나 씩 꾸준히 실천해 나가면 된다.


결국 타인이 알아줘야 하는 것인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사실 그리 멋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말과 행동에서 은은하게 묻어나오는 모습이 오히려 더 멋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소심한 부분이 조금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결국에 평가는 나 자신이 스스로 하기로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간절히 원할 때 보다, 조금 내려놓을 때 오히려 더 잘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한 것 같아서 아직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까지의 과정을 잘 해내왔기 때문에, 나의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여태까지 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내리라 생각한다.

조금 더 잘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인생은 의미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