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언제나 ‘잠재력’이라는 말로 설명되었다. 인구는 많고 땅은 넓으며, 핵을 가졌고 우주에 닿았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닌다. 중국처럼 빠르지 않고, 일본처럼 정교하지도 않다. 이 모순은 인도의 실패라기보다 선택의 결과에 가깝다. 인도의 방위산업은 처음부터 속도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 걸리는 길을 걸어왔다.
1. 독립국가가 선택한 느린 출발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인도는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식민지의 기억은 국가가 모든 것을 밀어붙이는 방식을 경계하게 만들었다. 냉전기 인도는 비동맹을 표방했고, 무기는 사서 썼다. 소련과 서방의 장비가 섞였고, 정비와 운용은 늘 복잡했다. 방위산업은 연구기관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국가 연구조직이 기초를 맡고, 산업은 뒤따르는 구조였다. 중국의 국가직영과 달랐고, 일본의 제약 속 집중과도 달랐다. 의지는 있었으나 체계는 분산되어 있었다.
2. 인도가 추구한 방위산업의 결정체
인도의 도약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시도에서 확인된다. 가장 먼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전략 억지였다. 핵과 그 운반 수단은 인도가 반드시 가져야 할 최소한으로 여겨졌다. 프리트비와 아그니 계열 미사일은 외부 제재 속에서도 이어졌다.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항공에서는 테자스가 상징이다. 수십 년의 개발 끝에 실전에 들어섰다. 지연과 개량의 반복은 비판을 불렀지만, 항공기 개발의 전 과정을 학습했다는 의미는 남았다. 완성도보다 과정이 남긴 자산이 컸다.
지상 전력에서는 아준 전차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성능은 높았으나 채택은 제한적이었다. 군과 산업의 간극이 드러났다. 실패는 쌓였고, 학습도 쌓였다.
해양에서는 INS 비크란트가 전환점이었다. 항공모함을 스스로 건조했다는 사실은 상징이 컸다. 산업의 능력보다 의지의 증명이었다.
이 무기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도는 곧 학습이었고, 학습은 다음 시도로 이어졌다.
3. 연구기관 중심의 방위산업의 구조
인도의 방위산업은 오랫동안 연구기관이 중심이었다.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Defence Research and Development Organisation)는 설계와 시험의 축이었다. 국영 기업이 생산을 맡았고, 민간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이 구조는 안정적이었으나 느렸다. 책임은 분산되었고, 납기는 자주 늦었다. 대신 실패를 흡수하는 완충 장치가 있었다. 속도는 희생되었지만 지속성은 확보되었다.
4. 방위산업의 변곡점 'Make in India' 정책
방위산업의 변곡점 정책에서 왔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직후 시작된 핵심 경제 개발 정책으로,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육성하고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Make in India’는 조달을 바꾸고, 산업을 열었다. 외국 기업과의 합작, 기술 이전, 현지 생산이 동시에 추진되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사서 쓰는 나라에서 만드는 나라로의 이동. 민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방산에 들어왔다. 속도는 여전히 느렸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5. 균형의 외교 속에 세계와의 협력
인도의 협력은 동맹이 아니라 균형이다. 중국과의 국경 긴장은 투자를 자극했고, 러시아 의존은 점진적으로 조정되었다. 미국과 유럽과의 협력은 확대되었고, 일본과는 해양·우주에서 접점이 늘었다. 한국과의 협력도 현실적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4월 인도 현지 업체 L&T와 약 3,714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양국은 전략적 조선 동맹을 발족하면서, 인도는 코친 조선소(Cochin Shipyard)를 허브로 삼아 한국의 선박 건조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아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납기와 생산성을 강점으로 한 체계 도입과 현지 생산은 상호 보완적이다. 인도는 한쪽에 기대지 않는다. 여러 줄을 동시에 잡는다.
6. 미래 방위산업의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방향
미래의 초점은 분명하다. 드론과 우주, 사이버. 대량보다 네트워크, 단일 무기보다는 무기 체계를 추구한다. 인도는 단기간의 성과보다 누적을 택한다. 실패를 감내하는 구조가 남아 있는 한, 속도는 느릴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는다.
중국은 정부가 밀어 올렸고, 일본은 장인이 다듬었다. 인도는 조금씩 만들어 간다.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인도의 방위산업은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포기하지 않는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도의 길은 인도만의 길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