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1
2024년 11월 3일 일요일
오늘도 스터디카페를 다녀왔다.
현관에 들어서자 미닫이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엄마가 서 계셨다.
“오늘도 공부 잘 하고 왔어?”
뒤에서 내 겉옷을 살며시 벗기며 물으셨다.
패딩 안쪽의 털이 부드럽게 스쳤다.
요즘 부쩍 추워진 탓이었다.
“그냥 뭐, 평소처럼 잘 하고 왔지.”
거짓말이었다.
수능이 다가오며 불안감은 극도에 달았다.
스터디카페에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수학 모의고사, 생1 모의고사를 두어 개 풀어놓고
자거나 인스타그램을 보는 게 전부였다.
옷을 갈아입은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한 뒤, 칫솔에 치약을 짜서 나가려던 순간,
문득 거울 속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피부는 엉망이었다.
요새 피부관리를 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요즘의 지친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 걸까.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 나는 방에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불빛 아래에서 여러 생각들이 뒤섞였다.
너무 힘들다.
스트레스가 심해졌고,
오늘 아침엔 부모님과 크게 다투기도 했다.
내 성적이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할 거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짖는 부모님의 말은 너무나 쓰라리고 미웠다.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서러웠다.
하지만, 매일 새벽마다 기도하러 나가시는 엄마의 뒷모습과
저녁마다 “미안하다”던 그 한마디를 떠올리면
결국은 내가 더 죄송해진다.
수험생의 시절은,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인가 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시간들.
하지만 그 끝을 보기 위해
일기장을 덮는다.
나는 다시 펜을 집어 든다.
그 순간, 손등이 따뜻해진다.
펜을 쥔 손등 위로
뜨거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니
별 하나가 젖어
밤이 고요히 번진다.
“잘할 수 있을 거야 … ”
“잘할 수 있을 거야 · · · .”
수능 D-11은 내게 현재까지도 소중한 날로 남아 있다.
이날 이후로 수능 직전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했던 것 같다.
결국, 수능 바로 전날이 되어서야 1% 부족했던 수능 실력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고3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맞춰본 적 없던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을
수능 당일에 처음으로 달성했고, 지금은 한양대학교 약학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끝까지 버티는 사람만이 그날의 기적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