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깨달았다
나이는 숫자, 인생은 마음이 정한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게 있다.
지하철에서 백발의 할아버지가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고,
옆자리엔 7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영어 단어장을 펼쳐 외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나이에 뭘 또 그렇게 열심히…’
그런데 곧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 나이면 뭘 하면 안 돼?”
도쿄 긴자의 작은 초밥집, '스키야바시 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슐랭 3 스타 맛집이다.
그곳 주인, 오노 지로, 나이 아흔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초밥을 쥔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 나이에 아직도 일하세요?”
지로는 웃으며 답한다.
“좋아서 해요. 아직 완벽하지 않거든요.”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나이는 더 나아갈 수 없는 핑계가 아니라는 걸,
그는 매일 삶으로 보여준다.
일본 오카야마에 사는 키무라 세츠,
그녀는 96세에 신문지를 찢어 붙이는 '치기 리에(ちぎり絵)'라는 기법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그녀의 작품은 오카야마 시립미술관에 전시됐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하냐고요?
그럼, 지금 아니면 언제 해요?”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사실은 가장 빠른 출발선일지도 모른다.
도쿄 하라주쿠를 걷다 보면 흥미로운 풍경을 자주 본다.
분홍 머리를 한 70대 할머니,
반짝이 재킷을 입은 80대 할아버지,
각자만의 스타일을 입고 거리를 누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말한다.
“멋있네.”
일본에선 나이에 맞는 모습이란 없다.
그저, 내 마음에 맞는 삶을 선택할 뿐이다.
가끔 우리도 스스로에게 벽을 만든다.
‘이 나이에 뭘…’
‘그건 젊을 때나 하는 거지…’
‘이제는 늦었어…’
하지만 일본에서 나는 분명히 배웠다.
“나이는 숫자, 시작은 마음먹는 순간”이라는 걸.
도전도, 배움도, 꿈도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 나이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내 주민등록번호 대신,
내가 원하는 삶을 꺼내 본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인생은, 지금 마음먹는 사람이 다시 시작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