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을 여행했을 때, 신칸센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는 사람들을 봤다.
작고 단정한 상자.
뚜껑을 여는 순간, 고슬고슬한 밥 위로 소박한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저 ‘싸서 먹는 밥’이라고 생각했던 도시락이,
그 순간은 조금 달라 보였다.
도시락을 열면서 함께 열리는 마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배려가, 한 끼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도시락을 사는 것도, 싸는 것도 모두 작은 의식처럼 여긴다.
아이 도시락을 싸는 엄마들은 아침마다 반찬의 색을 고민한다.
주황, 초록, 노랑… 영양도 챙기면서, 눈으로도 예쁘게.
그래서일까, 일본의 도시락은 늘 가지런하다.
김밥도, 계란말이도, 채소 하나하나도 마치 정돈된 마음처럼 자리를 지킨다.
일본 사람들은 말한다.
“도시락은 싸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이를 위해, 또는 나를 위해
조심스럽게 반찬을 고르고, 작은 상자 안을 채운다.
일본의 기차역에는 ‘에키벤’이라는 도시락이 있다.
지역마다, 계절마다 다른 맛과 이야기로 채워진 도시락.
홋카이도에선 해산물, 교토에선 두부 요리, 규슈에선 흑돼지 덮밥.
멀리 떠나는 사람들은 그 도시락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한 끼를 즐긴다.
그 풍경을 보면 생각한다.
여행의 시작에, 도시락을 고르는 시간부터가 설렘이라는 걸.
일본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은 일상이다.
바쁜 회사원, 학생,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도시락들이 진열돼 있다.
그 속에도 작은 디테일이 있다.
균형 잡힌 영양소, 깔끔한 포장,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사람을 생각한 배려.
그 작은 상자를 열 때마다 느낀다.
‘밥 한 끼’는 그저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라는 걸.
가끔 나도 도시락을 싼다.
허술하고 엉성해도 괜찮다.
밥을 싸는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작은 정성과 여유를 담는다.
일본에서 배운 도시락 문화는 그렇게 내 일상에도 스며들었다.
오늘의 한 끼가, 내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밥을 싸는 건, 마음을 싸는 일이다.”
도시락 속 작은 정성이 오늘을 다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