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튀김 하나가 도시를 달궜다

by 다다미 위 해설자

요즘 길거리에서 푸드트럭 보신 적 있으시죠?

핫도그, 닭강정, 어묵, 떡볶이까지…

배고플 때는 그게 진짜 맛있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푸드트럭 문화, 일본에서도 벌써 200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 아십니까?


1860년, 에도에만 노점상이 몇 개?


무려 4,000개.


이게 무슨 숫자냐고요?

당시 인구 100만 명 도시에서, 골목마다 1~2개씩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뭘 팔았느냐?

그냥 과일이나 야채만 판 게 아니에요.


덴푸라 (기름 좔좔)


스시 (손으로 꾹!)


오뎅 (국물 푹푹)


소바 (면치기)


이거 그냥 지금 편의점 + 야시장 합쳐놓은 수준 아닙니까?



자, 여기서 귀 쫑긋하게 할 이야기 하나 갑니다.


덴푸라, 원래 집에서는 못 해 먹는 음식이었다는 거, 아세요?


왜?

기름 튀기다가 불나면 도시 전체가 날아가니까.


에도 막부는 실내 튀김(덴푸라) 금지령을 내립니다.

→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했느냐?


밖에서 튀겼어요. 길에서. 노점에서.

거기서 "지글지글~" 기름 소리 들리면

사람들 줄 섰어요.

→ “하나만 줘보소” “오늘은 새우 있어?”


그게 바로 일본 길거리 음식의 시작입니다.



도시라는 건요.

배고픈 사람과, 뭐라도 팔 사람만 있으면 돌아갑니다.


에도는 생산은 안 했지만,

사람이 많고, 배고프고, 살 돈은 있는 도시였어요.


그래서 덴푸라 하나, 스시(초밥) 하나가

그냥 음식이 아니라 ‘도시의 맛’이 된 겁니다.



에도는 건물 안이 아니라, 거리에서 요리됐어요.

기름 한 방울, 튀김 하나가 도시를 달궜고, 문화가 됐어요.


그때 튀기던 그 한 조각이,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가 된 겁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인분의 온도 - 혼밥이 특별하지 않은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