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의 반짝임이 인쇄에서 잦아드는 순간.
화면에서 보이는 색과 인쇄물의 색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색을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에요.
모니터는 빛(RGB)으로 색을 만듭니다.
R(빨강), G(초록), B(파랑) — 이 세 가지 빛을 더할수록 색이 밝아지고, 모두 합치면 ‘하얀색’이 돼요.
즉, 빛의 혼합은 더할수록 밝아지는 가산혼합(Additive)이에요.
반면 인쇄는 잉크(CMYK)로 색을 만듭니다.
C(청록), M(자홍), Y(노랑), K(검정) — 잉크는 종이에 덧칠될수록 빛을 흡수해 어두워지죠. 모두 섞으면 ‘검정색’이 돼요.
이건 덜어내며 만드는 감산혼합(Subtractive)이에요.
RGB: 화면의 색, 빛으로 더해 만드는 색
CMYK = 인쇄의 색, 잉크로 덜어 만드는 색
화면은 뒤에서 빛이 비추는 구조예요.
그래서 색이 더 생생하고, 눈이 느끼는 대비가 강하죠.
하지만 인쇄물은 빛이 아니라 종이에 잉크가 스며드는 과정이에요.
RGB로 만든 밝은 색을 CMYK로 바꾸면, 그 반짝이는 ‘빛의 감정’이 사라져요.
특히 형광색, 네온색, 강한 파랑은 CMYK로는 재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RGB는 1,600만 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지만, CMYK는 그보다 훨씬 좁은 색 범위만 다룰 수 있기 때문이죠.
RGB는 유리병 속에 든 주스예요.
빛이 통과해 반짝이고, 안쪽의 색이 살아있죠.
CMYK는 종이컵 안의 주스예요.
빛이 통과하지 못하니까 조금 더 탁하지만, 묵직하고 깊어요.
그래서 같은 오렌지색이라도 화면에서는 “톡 쏘는 탄산 오렌지”, 인쇄하면 “진한 착즙 오렌지 주스”처럼 보이는 거예요.
인쇄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처음부터 CMYK 색 공간에서 디자인을 시작해요.
화면에선 조금 칙칙해 보여도, 인쇄될 땐 가장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색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또 CMYK는 단순히 색의 문제가 아니라, 잉크 사용량·비용·번짐 정도까지 제어하는 언어이기도 해요.
한마디로 말하면, “RGB는 감정의 언어, CMYK는 현실의 언어”죠.
가능은 하지만, 예측은 어렵습니다.
형광 핑크가 자주색으로 바뀌고, 시원한 하늘색이 회색빛으로 죽을 수도 있죠.
이건 마치 콘서트용 스피커 음악을 라디오로 듣는 느낌이에요. 곡은 같지만, 감정의 결이 달라집니다.
RGB와 CMYK의 차이는 단순히 설정이 아니에요.
그건 빛과 잉크의 언어 차이, 즉 감성과 물성의 차이입니다.
화면의 색은 순간의 반짝임을 만들고, 인쇄의 색은 시간의 깊이를 남깁니다.
디자이너는 두 세계의 언어를 모두 이해해야 해요 — 빛으로 말하고, 잉크로 증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