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방인의 도시에서 나를 유지하는 작은 의식
정신없이 끌려다니는 뉴욕 생존기를 찍다가도, 집이나 직장 근처의 로컬 카페나 베이커리를 탐방하며 앞으로 자주 찾게 될, 소위 ‘나만의 방앗간’을 정해두곤 한다. 이 작은 행동은 생각보다 적지 않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일종의 루틴 비스무레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일상이 별 탈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내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즈널 음료 마시기. 카페마다 조금씩 다른 시즌 음료가 배너에 걸리면 꼭 마셔본다. 때로는 스스로도 유치하다고 느껴지지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분기마다의 생각이나 다짐을 상기하게 만드는, 나름의 작은 의식 같은 행위다.
주인이나 직원과 얼굴을 익히고 나면, 간혹 커피나 베이커리를 서비스로 받는 깜짝 친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카페에서는 문만 열었을 뿐인데 이미 내 음료를 만들고 있었던 적도 있다. “오늘 커피는 on the house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까지. 뉴욕에서 마이너리티 음악가로 산다는 건 대체로 내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지만, 이런 자잘한 일상의 틈 속에서 나는 또 다른 하루를 헤쳐나갈 나름의 에너지를 충전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