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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에서 태어나는 것들

조율되지 않은 도시에서 들려오는 낯선 리듬

by 백현선

뉴욕이라는 도시와 재즈는 무척 닮아 있다. 낯선 리듬, 시시각각 마주치는 불협의 순간들, 무질서한 혼돈 속에서조차 세워지는 독특한 질서까지. 거리와 사람, 언어와 감정이 충돌하는 이곳에서는, 매일이 작은 불협의 합주다.


흔히 뉴욕을 “멜팅 팟”이라고들 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모여 말 그대로 뒤섞여 녹아있는 거대한 냄비는 식을 줄 모르고 언제나 끓고 있다.


뉴욕의 거리에는 참 다양한 리듬이 흐른다. 누구라도 날 방해하면 큰일 난다는 듯 온몸으로 외치며 빠르게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추는 사람,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피부색을 비롯한 생김새, 옷차림까지도 무채색부터 형형색색 무지개까지 눈이 즐겁다.


하지만 이 다채로움은 늘 아름답기만 하진 않다. 인종과 젠더, 계급, 문화와 가치관이 맞부딪치며, 오해와 불신이 싹트고, 거리 위엔 불협화음이 떠돈다. 피곤하고, 때론 불쾌하다. 지하철에는 늘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고, 울려대는 사이렌과 도시의 소음은 정신을 가로채기 일쑤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재즈 같은 도시의 불협을 좋아한다.


한 블록 차이로 확연히 달라지는 음식 냄새와 풍경, 거리 곳곳에 숨 쉬는 문화와 예술, 다른 관점에서 오는 낯선 통찰.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다 보면, 때로 거대한 사회 실험장에 속해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예술가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서로 다른 예술 언어가 뒤섞이며 형식의 변형이 일어나고, 익숙한 틀은 부서지고 다시 조립되는 현장을 접하다 보면, “그래, 나도 뭔가 해보자”라는 막연한 영감을 받기도 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통해 순응을 미덕으로 배웠던 나로서는 일종의 해방감마저 느끼기도 했다.


격렬하게 연주되는 재즈처럼, 이 도시는 언제나 소란스럽고 눈부시다. 하지만 그 이면, 화려한 조명 뒤에는 조용한 외로움이 흐른다. 마치 공연이 끝난 재즈클럽처럼.


작은 부딪침 하나가 울림을 만들고, 마침내 리듬이 된다. 불규칙한 비트, 예상 못 한 코드의 전개처럼, 이 도시의 불협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 안에서 예기치 않은 매력이 태어난다. 재즈처럼 부딪히고 흔들리며, 뉴욕은 오늘도 그렇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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