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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imeless Place

우리는 서로를 정말 알 수 있을까?

by 백현선

A Timeless Place (The Peacocks)


Jimmy Rowles가 작곡한 곡으로, 영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Norma Winstone이 작사를 더했다.

특유의 불협 가득한 멜로디에 Norma의 난해한 듯 하지만 아름다운 가사가 더해져 묘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은 사랑과 아름다움의 덧없음, 그리고 인간관계의 불가해함을 재즈적 언어로 그려낸 한 편의 풍경화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떠올린 장면은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이었다. 내 모습이 끝없이 복제되어 돌아오지만, 정작 그 안에서 ‘진짜 나’를 찾는 건 더 어려워지는 기묘한 느낌.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아름답지만 어쩐지 아득하고 불안한 공간. 이 곡이 주는 초현실적인 느낌은 내게 그런 이미지였다.

가사 속 한 구절, “but somehow I could never peel away the layers of disguise”, 또 다른 구절 “where what you are is never seen how can anybody know you”는 유난히 마음에 남았는데, “너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사람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터라 이 문장은 노래의 가사를 넘어 내 삶의 한쪽 구석을 건드렸다. 노래 속 화자의 회한이 곧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곡을 앨범에 담았다. 문제는, 어떻게 노래할 것인가였다. 가사는 추상적이고 멜로디는 불협으로 가득했다. 하루 만에 모든 곡을 녹음해야 했던 세션에서, 이 곡은 특히 쉽지 않았다. 여러 테이크를 녹음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고, 완벽하게 준비된 해석도 없었다. 결국 불완전한 순간을 그냥 목소리에 실어야 해서 상당히 애먹었다.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를 때면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서로를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겹겹이 쌓인 disguise 뒤에서, 신기루를 좇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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