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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음악가

AI음악 무엇이 사람과 다를까?

by 백현선

AI의 발전은 놀랍다.


알고리듬조차 좋아하지 않아서 매번 초기화하는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며, 다방면에 걸쳐 우리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제 음악이 필요한 웬만한 일에는 음악가가 필요하지 않다. 싸고 빠르게 찍어내서 소비할 수 있는데, 굳이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AI의 놀라운 효율성 옆 한쪽에는 더 ‘인간적인’ 감각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일들. 서로 숨소리를 듣고, 타이밍을 느끼고, 예상치 못한 음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각들. AI로 만든 음악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연주자끼리의 그 미세한 타이밍, 호흡의 흔들림, 리듬의 마찰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해소는 기계적으로 재현할 수 없다.


오히려 정교한 프롬프트를 따르기에 재미가 없달까? 예전에 범국민적으로 유행하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아는 사람은 이해할 텐데, 그 게임에는 치트키가 여럿 존재한다. “Show me the money”, “Power overwhelming” 등의 각종 치트키를 입력하고 게임을 하면 정말 같은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어진다.


결정적으로 무대 위에서의 경험은 말로 다 담기 어렵다. 한 사람이 실수하면 나머지가 받아주고, 누군가 예상 밖의 프레이즈를 던지면 모두가 그 흐름을 재조립한다. 누군가를 따라가기보다, 동시에 서로를 리드하고 반응하는 역동적인 순간들. 그건 연주 기술을 넘어서는 경험이다.


연주자 입장에서, 그 순간의 감각은 살아 있는 관계의 감각이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있다는 걸, 그리고 지금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런 무대와 내가 같이 호흡할 때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고 나아가서 연주자를 느낄 수 있게 된다.


GPT와 연애도 하는 세상이니 어쩌면 너무 나이브한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무대에 선다.

누군가 옆에서 숨을 쉬고, 연주를 이어가는 그 순간에, 나는 아직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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