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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의 스캣: 쉴라 조던은 지금도 노래한다

“리틀 보이, 뉴욕으로 와”

by 백현선

1928년 미시간 디트로이트 출신의 쉴라 조던은, 올해로 97세가 되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지금도 뉴욕의 재즈 클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특유의 유머와 카리스마로 무대를 사로잡는 그녀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힙한 97세일 것이다.


그녀와의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하던 시절, 나는 쉴라 조던과 짧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리틀 보이”라 부르며, 꼭 뉴욕으로 오라고, 언젠가 만날 날을 기대한다며 연락처를 건넸다. 그 기억은 뉴욕행을 결심하는 데 작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쉴라 조던의 이름은 엘라 피츠제럴드나 빌리 홀리데이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진 않다. 그래미 어워드 같은 주류 시상식과는 거리가 있고, 흔히 언급되는 ‘재즈의 3대 여왕’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재즈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보컬리스트 중 하나다.


그녀의 음악은 기교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캣(scatsinging)과 보컬리즈(vocalese)를 오가며, 목소리를 하나의 즉흥적 악기처럼 다루는 그녀는 감정의 흐름을 단어와 음으로 엮어내며 마치 즉석에서 한 편의 시를 만들어낸다. 특히 찰리 파커와의 교류를 통해 그녀의 스타일은 더욱 선명해졌으며, 하드밥의 언어를 자신만의 보컬 프레이징으로 풀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62년 데뷔작 Portrait of Sheila는 그녀의 음악적 세계관을 선명히 보여준다. 여백과 침묵, 그리고 다채로운 음색이 엮이는 곡 전개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재즈 보컬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그 앨범은 2020년대 들어 리마스터되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재즈 전문 매체나 유튜브 재즈 채널, 바이닐 시장 등에서도 ‘재발견의 아이콘’으로 종종 소환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댓글은 적지 않다. 2014년에는 그녀의 삶과 음악을 다룬 전기 Jazz Child: A Portrait of Sheila Jordan도 공개되었는데, 찰리 파커와의 만남, 싱글맘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녀가 걸어온 음악 여정을 따뜻하게 조명한다.


쉴라 조던은 퍼포머일 뿐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영향력도 크다. 뉴욕과 유럽 각지에서 워크숍을 열며 수많은 후학들에게 재즈의 문법, 즉흥의 구조, 그리고 자기표현의 언어를 전해왔다. 그녀가 가르친 건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재즈가 어떻게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과 경험을 소리로 엮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것은 형식 너머의 표현이며, 청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이다. 스캣의 음절, 리듬의 변주, 한 음 한 음에 담긴 감정의 디테일이 쌓여, 마침내 하나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쉴라 조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는 우리에게 오래된 목소리가 아니라, 여전히 변화하는 재즈의 현재로 들린다. 그녀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고, 그 노래는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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