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레시피로는 재즈가 완성되지 않는다
재즈를 연주하며 당황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누군가가 자신이 외워 온 솔로에 연주 전체를 끼워 맞추려 할 때다. 재즈는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화성이나 리듬은 즉석에서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정해진 길만을 고집하면, 그 즉흥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는 곡의 흐름을 그 사람이 정해버리고, 나머지는 마치 그 틀에 맞춰 연주하는 반주자가 된다. 음악은 유연함을 잃고, 자율성과 창의성은 점점 좁아진다. 연주자들은 서로를 반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고정된 틀의 보완자로 삼게 된다.
연주자 중 누군가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 다른 연주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기계적 반주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연주는 단단해지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는 흐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자. 모든 재료가 갖춰진 훌륭한 주방이 있다. 셰프들이 창의적인 요리를 위해 대기 중인데, 누군가가 라면 스프를 꺼내 들고는 혼자서 모든 걸 정해버린다면 어떨까. 그 레시피에는 더 이상 상상할 공간이 없다.
물론 즉흥 안에는 어설픈 실수와 불안정한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재즈는 때때로 몹시 취약하고 불안정한(vulnerable) 음악이다. 하지만 바로 그 속에서, 서로를 믿고 순간에 반응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흐름 속에 진짜 재즈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음악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