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3: 나는 어릴 적부터 공원이 좋았어

by 김호박

저학년땐 거의 바깥에서 살다시피 했다. 집 근처엔 공원이 세 개나 있었고, 여름이면 등산로 입구에서 하천이 흘렀다. 부레옥잠, 이끼를 캐고, 흙냄새를 맡고 놀았다.


그렇게 공원 좋아하던 난, 대학 가서 조경 설계를 공부했고, 학부를 졸업하고는 볼티모어의 설계회사에서 일을 하며 다운타운 거리, 대학 캠퍼스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결국 직속 상사와 디렉터의 추천으로 디자인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다.



9년

조경 설계에서 실무와 학업을 오간 시간.

공원을 디자인하는 건 늘 나의 꿈이었다.


뉴욕에 와서 보았다. 살아있는 공원은 운영이 잘되는 공원이라는 것을... 관리와 운영은 생소했지만 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분야였다.



공원이 완공되고, 기념식을 하고 나면 디자이너의 역할이 대부분 끝나기 마련이다.

그 이후 그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운영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퍼블릭 라이프에 관한 고찰은 많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디자인하려고 하는 life in public spaces는 바로 설계가 완공되고 공원이 대중에게 오픈하는 날부터 시작되지만 말이다.



1970년대 맨해튼의 공원들은 마약의 소굴이고 굉장히 위험한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이뤄진 센트럴 파크 공원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자선가들은 공원을 안전하고 또 아름답게 만드는데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파크 같은 경우 록펠러 브라더들의 기부금을 시작으로 재건축을 거쳐 지금의 클래식하며 경쾌한 공원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난 지난 20년간 또 뉴욕 공원 운영 분야의 저명인들이 쓴 글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정원사 Linden Miller, 브라이언 파크 대표 Dan Biederman,

도시의 공공장소에 관해 연구한 William Whyte까지...

뭔가 내 속에 울림, 끌림 같은 게 있었다

나도 이들처럼 공원을 직접 운영해봐야 한다고.. 도시공원이 많은 뉴욕에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직업의 기회라고


결국 그 이끌림을 따라서 한 3개월간 공원 운영 단체 채용 공고에 거의 모두 지원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대부분 "너의 이력을 인상 깊게 봤지만 다른 사람을 채용하게 됐다"는 답뿐이었다.

공원 운영 단체는 많지 않을뿐더러

들어가는 문은 생각보다 많이 좁았다.

운영 단체의 리더나 대표들에게 직접 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중 몇은 나의 커리어적, 교육적 배경에 흥미를 보였지만 채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 머릿속엔 도시공원 설계, 그리고 관리와 운영이 이미 큰 한 폭의 그림이나 마찬가지다..

But

난 고용주들이 찾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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