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2: 브라이언 파크에서

by 김호박

2016년 겨울


브라이언 파크, New York City


마이클과 따듯한 겨울 뉴욕의 느낌을 만끽하며 공원을 걷고 있었다. 공원 중앙에는 아이스 링크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모닥불과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그리고 그 사이 사이를 사람들이 핫 초콜릿을 마시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간지러움 느낌을 받으며 걷고 있는 중 마이클의 대학 동기와 마주쳤다.


"니나!"

"오 마이갓 마이클!"


두 사람은 두툼한 잠바 위로 허그를 나눴다. 니나는 스키장에서 낄법한 큰 장갑을 벗으며 나에게 악수를 건넸다. 손이 매우 찼다.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이어서 마이클과 니나는 서로의 안부를 나눴다.

니나는 브라이언 파크의 프로그램 매니저라고 했다. 그리고 겨울 공공 프로그램인 윈터 빌리지를 담당이었다.


그녀는 브라이언 파크에 대해, 그리고 공원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인 브라이언 파크 코퍼레이션에 관해 아주 줄줄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니나가 말이 많은편이라고 생각했다가 그녀와 대화를 하며 브라이언 파크가 공공장소이지만 뉴욕시와 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맺은 사설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니나는 그 업체, 코포레이션의 직원이었다.


브라이언 파크 운영에 뉴욕시 세금은 단 일 센트도 사용되지 않았다. 땅만 뉴욕시의 것, 하지만 공원 위에 존재하는 흙 한 줌을 포함한 모든 게 100% 코포레이션의 수익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아이스링크 신발 보관함만으로 거의 30억 가까이 수익이 들어와.. 그리고 이 수익으로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공원 보수 비용도 충당하고..."


나는 7-8년 동안 설계 공부, 실무를 하며 잘 디자인을 해놓으면 사람들이 와서 공간을 사용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 디자인도 분명 중요한 요소이지만 프로그램을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까지는 보통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기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프로그램과 운영만에 중점을 둔 사설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운영팀은 사계절 내내 공원을 가꾸고, 공공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설계해서 대중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풀타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공원 설계가 공원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디자이너로 살아온 나에게 충격이었다.


니나의 번호를 받고 찾아가서 또 만났다. 코넬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그녀가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브라이언 파크 운영 방식에 대해, 퍼블릭 프라이빗 파트너십에 대해, 조금 더 들어보고 싶었다.


뉴욕에서 잘 관리되고 아름답다고 알려진 공원의 배후에는 이렇게 정부와 퍼블릭 프라이빗 파트너십을 맺은 단체 있었다. 센트럴 파크, 브라이언 파크, 메디슨 스퀘어 파크, 타임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하이라인,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 도미노 공원… 등.


뉴욕 공원은 무지하게 큰 화분이나 마찬가지였다.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했다. 특히나 하루에 몇만 명의 인파가 오가는 맨하탄 내의 공원에서는 오히려 얼마나 관리와 운영에 투자하고 있느냐가 공원의 아름다움을 결정했다. 설계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는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표면에 티가 나지는 않는 부분이었다. 자본도 중요했고 또 니나처럼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직원들도 있어야 했다. 뉴욕시의 공원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였다.


니나와 대화를 나누며 나도 공원의 프라이빗 파트너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쏟아부 울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니나가 멋지고 부러웠다. 니나의 커리어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일단 지난 5년간 공원에서 일하며 모든 것을 다 받쳐서 너무 지쳤다며 당분간은 일을 쉬고 뉴욕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니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비니를 벗었다. 갈색 머리의 니나의 윗부분 머리가 다 하얗게 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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