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고를 당하다
Jun 12. 2025
“해고에 대해 미리 예고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요?”
HR 담당자에게 수습 기간 종료 통보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듣게 된 반문이었다.
나는 해당 반문을 통해 HR 담당자라는 사람이 에이전트 직원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인식하고 여기는가에 대해 반사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HR 담당자는 나와의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본인의 입장 태세를 확고히 풍기고 있었기에,
나의 말은 무엇하나 그에게 작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HR 담당자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는 마지막 상황에서조차 나에게 결코 유감이나 빈말의 공감도 건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입사 인터뷰 때에 나의 이런 점을 좋게 봐서 입사를 시켰는데,
수습 기간 동안 나에게 그런 좋은 모습보다는 아쉬운 모습을 더 보았다며,
마지막까지 나에 대한 평가를 끝내지 않았다.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말들을 다 듣고 나서야, 나는 미팅룸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해고 과정에 기분은 참 더러웠지만 한편으론 개운했다.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했고,
보이지 않는 철창으로 점철된 이 회사를 더 이상 내 발로 안 나가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다.
내일부터 당장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HR 담당자의 말에,
나는 사무실의 내 자리로 돌아가 회사에 있던 나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을 챙기면서도 여직 어안이 벙벙했지만 최대한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기 위해 애썼다.
짐을 챙기는 중에, 누가 나의 등을 살포시 감싸 안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나의 등을 감싼 이를 확인했다.
HR 담당자였다.
나에게 수고했다며 아직 어리고 젊으니까 더 잘 맞는 회사를 갈 수 있을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미팅룸에서 보여준 모습과 사무실에서 지금 나의 등을 감싸고 있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내색하자 않았다.
내가 어리고 젊은 것은, 지금의 나에게 부여된 ‘나의 시간’.
즉 나의 것이지,
어리고 젊은 것이 마치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고
그의 무례를 덮어줄 수 있는 것 마냥
무책임하게 건네는 그의 말은 듣기에 퍽 역겨웠다.
내 나이 서른 살.
나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름 없이 일하는 것과
언제든 나는 잘릴 수 있다는 존재구나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방황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