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삼칠일도 안된 신생아를 놓고 도망쳐버렸을까?
핏덩이를 품에 안았지만,
나는 엄마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울지도 못하고 도망쳤습니다.
아이의 울음은 나를 깨웠고,
나는 그 울음이 자꾸 무서워졌습니다.
모유를 물리는 시간은 벌처럼 쏘였고,
혼자 남겨질 때마다 “이건 내 인생이 아니야”라는 말이
목구멍 끝에서 맴돌았습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내가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두고 떠나는 일은,
나를 다 없애버리는 것보다 덜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무너질 기운조차 바닥난 밤,
나는 울지도 못한 채 아이가 자는 방 앞을 지나쳐 나왔습니다.
그날따라 하늘이 낮았습니다.
세상도 나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나는 처음 알았습니다.
사랑이라는 말 뒤에는
책임이라는 그림자가 있다는 걸.
엄마는 몰랐던거겠죠?
엄마가 된다는 건.
사랑과 책임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견디는 일 이라는걸.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시절 명순이되어 다시 글로 쓰며 묻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엄마 역할 때문에
숨 막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아이가 자고 있을 때조차 너무 외로웠던 밤.
그 기억이 여러분께도 있나요?
말하지 못했던 그때의 감정들을
지금이라면 조금 꺼내볼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저의 미약한 글이
서로의 기억을 받아주는 조용한 국숫집처럼
남아있길 바랍니다.
『도라지꽃』 시즌2는
엄마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한 여자가
어느날 자신의 삶에서 통째로 도망친 밤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녀를 이해해 가는 딸의 시선으로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