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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JuDot May 22. 2019

나는 담담할줄 알았어.

기형아 2차 검사 결과

나는 담담할줄 알았다. 이미 회사에서 과장님에게 이런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하면서 산부인과에서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치부하고 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어제는 다른 날과 별반차이가 없는 날이었다. 맛있게 사람들과 점심을 먹었고, 오후에 미팅 갈 준비를 했다. 그 사이 와이프가 산부인과에서 온 연락이라면서

A형 간염 항체가 없으니 맞아야 한다

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어떠한 이상한 느낌도 받지 못했다.


외근 나가서 1차 미팅을 끝내자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미팅 중이야...,? 이따가 전화 줘

라는 이야길 들었고, 목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미팅을 부랴부랴 끝내고 시제품 샘플을 구매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다시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무슨일이야..?
나 반차냈거든 이따가 나가서 전화 줄게.

라며 몇번의 전화를 반복했다. 이 순간은 짧았지만, 너무 피말랐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2차 기형아 검사”를 검색하고 있었다. 혹시... 혹시...


겨우 연결된 와이프와 통화에서

와이프는 울고 있었고, 2차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으로 나와서 지금 병원에 상담 받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빠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전철이 선 역에서 바로 내려, 출구로 달려갔다. 택시를 타고, 사무실에 와서 짐을 챙겨 조퇴를 이야기 하고 나왔다.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내 잘못인가? 아빠가 건강한 유전자를 주지 못해서 그런 건가? 어떻게 해야하지?

라며, 자책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내어 그냥 앉아서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와이프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와이프가 더 힘들 모습을 알기에 꾹꾹 눌러 담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만난 와이프는 어느정도 지쳐있었다. 와이프를 보자마자 눈물이 날뻔했지만, 에써 화장실을 핑계로 숨겼다.


의사선생님과 만남 결과 1:200의 수치가 나와서 확실하게 ”양수검사”를 한번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1:(숫자)로 수치가 나오는데, 수치가 낮으면 낮을 수록 고위험군에 속한다. 1:200이면 200명 중에 1명이 다운증후군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양수검사” 진행해주세요. 하며 신청했고, 운좋게 당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다음주 화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집에 와서, 와이프를 먼저 재우고, 연신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계속 미안했다. 배속의 아이에게, 아빠가 건강하지 못해서 그런가봐 하면서 말이다.

또한, 와이프에게 너무 미안했다. 집으로 오는 도중, 회사에서 혼자 연락 받고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힘들어했을 와이프를 생각하니....


나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회사 과장님의 사례로 익히 알고 있어서 나도 그런 경우가 생기면 담담할 거라 믿고 있었다.

실제로 닥쳐보니 아니었다. 눈 앞이 잘 안보이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겠다며, 인터넷의 후기를 검색했고, 애써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무엇보다 내가 무너지거나 약해지는 모습을 와이프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이럴때일수록 말이다.


다음주 화요일에 제발 좋은 소식이 있기를 빌어 본다.

*다행히도 일주일 뒤, 정상이라는 소견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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