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꺼내기 전에

나의 말이 끝나면 그다음은 당신의 감정입니다

by 김대현


말이 나오는 데는 늘 오래 걸렸다.

입술까지 닿은 문장들을 삼켜내며 나는 천천히 무너졌고 그 조각들을 주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곳에 실릴 시는
무도 구해주지 않았던 날들의 기록이라 하겠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몇 번이나 버거웠던 시간들 속에서

끝내 지워지지 않았던 감정의 잔해를

묵묵히 펼쳐본다.

이것이 지나간 고통일 수도 있고,

지나갈 고통일 수도 있다.

한때는 이 글들이 시집이 되기를 바랬다.

긴 시간 품어왔던 말들을 꺼내 이름을 붙이고 조용히 모아 두었기에.

허나 시를 내는 일도, 시인이라 불리는 일도

내게는 미안하고 창피한 일이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나의 절박함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시를 꺼내본다.




독자에게


설명이 없기에 어렵거나 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나만의 언어이며
내가 선택한 말의 거리,
읽는 사람을 믿는 태도입니다.

내 의도 따위는 신경 쓰지 말아요.

여기까지가 나의 말이고 그 다음은 당신의 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