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가 태어난 지 벌써 80일이 지났다.
말로는 80일인데, 내겐 세 달이 아니라 세 해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 안에 울고, 웃고, 미안해하고, 또 웃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기저귀 갈고, 분유 주고, 트림시키고…
이쯤 되면 잘 자야 하는 타이밍인데,
그럴 때 꼭 울더라.
밤 11시 42분, 딱 내가 눕고 싶을 때쯤.
그런데 다 해줬는데도 울면 마음 깊은 곳에서 짜증이 올라온다.
“이제 좀 자자, 우리...” 말은 안 해도 속으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똥을 싸고,
그걸 처리하고 나서야 웃는다.
아무 이유 없이, 그 잇몸 미소 하나로.
그 웃음에 힘이 빠진다.
왜 이렇게 귀엽지?
방금까지는 화나 있었는데, 또 괜히 미안해진다.
이 아이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믿고 기대고 있었을 뿐인데.
요즘 내 안에서 가장 많이 바뀐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다는 거다.
예전엔 자기계발도 결국 나를 위해 했는데,
지금은 “얘가 날 보고 배우겠지” 싶으니까
귀찮아도 한 번 더 참고,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조금은 해보려 한다.
사실 나는 아직 엄청난 부성애가 생긴 건 아니다.
와이프한테는
"로이가 마치 누가 잠깐 맡겨놓고 간 아기 같아"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 말이 농담 같지만, 어쩌면 내 마음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같이 있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나를 느낀다.
특히 로이가 내 얼굴을 보고 웃을 때.
"아빠~" 하고 부르면
마치 자기도 무슨 말이 많은 것처럼 옹알이를 한다.
그때는 나도 자연스럽게 멈춰서게 된다.
그리고 내가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가족도, 아내도, 아이도 결국은 내가 사랑해야 할 이웃이라는 걸
아빠가 되고 나서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이 말은 날 자주 멈춰 세운다.
감정적으로 말하려던 순간,
툭 내뱉으려던 말을 삼키게 하고,
괜히 미안해지고, 다시 웃게 만든다.
나는 아직 ‘완성된 아빠’가 아니다.
그런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른다.
부족한 사람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걸지도.
로이와 함께,
나도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다.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스스로 토닥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조금씩
같이 자라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