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도서이자,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선택하게 된 책.
불황의 시기에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덜 가난해지는 것도 개인에게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말마따나, 그동안 우리는 부자가 되는 법을 알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쏟은 것에 비해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경제에서 소외되어오던 부분에 대해 알기 쉽게 서술한 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추천.
- 왜 우리는 사회적 경제에 눈을 돌려야 하는가에 대해...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한국이 경제 발전을 시작한 이후로 50여년 정도가 지났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부자가 될 것인가 그 한 방향만 보고 살아왔다. 우리의 경제 시스템이 그랬다. 부동산 투기도 조장하고, ...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하면 더 부자가 될 것인가, 그 하나의 명제 위에 세울 수 있다. 그렇지만 더 부자가 되는 방법 외에 어떻게 하면 덜 가난할 것인가, 이런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개인이 덜 가난해지는 경제, 이것을 국가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고민해 본 적이 아직 없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부자가 되기는 어렵지만, 하루아침에 중산층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97년의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경험했다.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이라는 경제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데 ‘시장’과 ‘국가’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온 것이다.
세계 대공황은 ‘시장’에서의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회적인 것’을 다시 경제의 구조적 요소로 전면에 등장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2008년 이후 우리는 고용, 경제의 활력, 지역경제 등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사회적 경제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를 꼽자면, 지금까지의 대기업 중심 경영, 중앙정부의 재정정책 등은 어쨌든 익숙한 범주의 것이지만, 사회적 경제는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관심에서 멀어져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 경제 휴머니즘에 대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부지런한 빵집 주인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 그런데 부지런한 빵 장수와 유능한 공무원만으로 인간적인 경제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시대의 경제 휴머니즘은 일자리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효용이 사회적 경제에 있다. 이제는 착한 빵 장수도 필요하다. 빵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빵을 만드는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서라벌 찰보리빵은 시니어 중심의 사회적 기업이다. 경주제과는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아직은 소수점 미만의 고용을 만드는 사회적 경제이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 공익과 경제과 새로운 실험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열 명 중 한 명이 일하게 될 때, 한국 경제는 훨씬 더 휴머니즘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 외국의 성공사례... 스웨덴의 협동조합 주택
스웨덴의 경우 토지나 건물을 개인들이 직접 사고파는 게 아니라 협동조합에 대한 지분을 사고판다.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지분을 팔고,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그 지분을 사면서 주택 점유권이 생겨단다. 땅이나 건물은 시세에 따라 움직이고, 입지가 좋거나 주변 여건이 바뀌면 폭등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분은 협동조합에서 상황에 맞게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나 폭등할 때 모두 어느 정도는 안전판을 가지게 된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조정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협동조합 주택의 숫자가 미미하면 별 영향력이 없지만, 스웨덴처럼 22% 정도 규모면 민간 주택업자도 가격 결정 시 협동조합 지분 가치를 참조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서울시의 성미산 마을이 있다. 마포구에 배수지를 만들면서 성미산 일대를 개발하려고 하자,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 일어났고, 이때 모인 주민들이 계속 모여 살면서 대안학교를 짓고, 반찬가게, 주민극장, 라디오 방송국까지 만들었다. 코하우징 형태로 집을 같이 짓고, 공동 육아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일자리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주부들을 비롯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실험을 하기 좋은 여건이 생겨났다. 이처럼 사회적 경제 형태로 지역 고용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지역의 삶도 나아지지만 전체적으로 고용이 훨씬 용이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이 성미산 마을에 살고 계신데, 공동 육아망 덕분에 어린 아이들의 육아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마을 주민들 간 신뢰도 더욱 돈독해지는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책을 덮으면서도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금 여부에 따라 다양한 용어들로 표현되는 사회적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정의가 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 모호함이 '익숙하지 않음'에서 온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한다면, '시장'과 '국가'로 대변되는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외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알아보며 사회적 경제에 대한 안목을 넓혀보는 것도 바람직한 첫걸음이 아닐까.
항상 위를 바라보며 쫓아가던 삶에서부터 우리 주변, 그리고 아래를 향하는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