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 정호성

by 정호성

흔들리는 검은 무섭고

춤추는 검은 아름답다

양날에 반쯤 닳은 달이 기운다

땅의 기운을 받아 새파랗게 자라는 검은

내려오는 햇살도 상처 날까 등으로 받아내고

바람도 배일까 춤을 춘다

스스로 검이면서

누구도 찔리면 안 되지

날이 설수록 휘어지는 겸손

이제 막

자라난 철부지 검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늘 향해 곧추섰다

하지만 검이 되기까지

뼈 없는 바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일이다

한 점 바람이 광석의 소리로 지나가고

하얗게 녹슨 검이 부러진다

철부지 검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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