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유의 하루 Nov 10. 2024

낭독으로 치유가 된다고요?

낭독의 기쁨과 치유력을 만나다

낭독을 배운 지 3년 차입니다. 암 수술 이후 인생의 쉼표를 찍던 때, 낭독을 처음 만났습니다. 낭독으로 어떻게 치유한다는 건지 고개가 한쪽으로 갸우뚱 쏠렸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습니다. 기초부터 심화반과 전문가반까지 수료하며, 낭독은 어느덧 삶 일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낭독이 무엇이냐고요. 어르신들은 곧장 시 낭송을 연상하신다면, 젊은 친구들에겐 단어 자체가 낯선 듯합니다. 제가 처음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처럼요. 도대체 낭독은 무엇일까요?


사전상으로 낭독은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음독(音讀)의 하나, 묵독(默讀)의 상대어'입니다. '문자의 소리화'인 셈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만은 아닙니다. 낭독은 글의 이미지나 정서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글짓기와 글씨 쓰기를 떠올려봅시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행동입니다. 읽기와 낭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낭독은 '표현예술치유'

가장 먼저 소리 내어 읽는 낯선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처음 낭독은 어색하고 당혹스럽습니다. 직업적 특수성 없이 본인 목소리를 녹음하여 들을 일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도망치고 싶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습니다. 손가락은 재생버튼 누르기를 망설이고, 눈빛은 황급히 중지버튼을 찾고, 목구멍에선 마른침을 꾸역꾸역 삼켰습니다. 자발적으로 낭독 세계에 발 디딘 내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본인의 목소리를 회피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축 처져 둥그런 어깨와 맥 빠진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던 내게 미안했습니다.


우리 목소리에 옳고 그름이 없듯, 낭독도 정답이 없습니다. 창조적 표현을 수반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낭독가는 작가를 잇는 제2의 창작가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내레이션과 대사를 이어갑니다. 100명의 낭독가가 있다면 100가지 낭독이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정답을 찾으려 했으니 위축될 수밖에요. 신기하게도 마음이 바뀌니 낭독도 따라 변합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들릴까'보다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궁금합니다. 모든 관심이 텍스트로 옮겨지고, 해석이 깊어지니 소리도 풍부해집니다. 진정한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첫 번째 낭독 치유 경험입니다.



낭독에는 강력한 치유력이 있다

두 번째 낭독 치유는 감정 표현 중에 경험했습니다. 낭독 중 '나'는 사라집니다. 내 자아를 내려 두고 작가 대변인 혹은 소설 속 인물이 됩니다. 내 일상에서 겪지 않을 상황을 텍스트로 만나면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도 잡생각도 모두 멈춥니다. 표정, 목소리 굵기, 높낮이를 다양하게 표현해 봅니다. 모든 표현은 창조적이며 틀림은 없습니다. 때때로 수줍음이 몰아쳐 마음이 간지럽기도 합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워 버벅거립니다. 그래도 계속합니다. 그러다 낭독에 몰입하는 순간 전기가 옮은 듯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모든 세포 문이 활짝 열린 듯 짜릿합니다. 몸과 마음이 리셋된 것처럼 가볍습니다. 자유와 해방감! 창조적 표현은 강력한 치유 에너지를 선물로 돌려주었습니다.



낭독은 일상적 치유를 돕는다

낭독을 시작하면 온전히 내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성대의 울림, 소리의 높낮이와 갈라짐까지 관찰하게 됩니다. 마치 바디스캔 명상과 비슷합니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는 목소리에서 금방 드러납니다.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소리가 나오는 통로를 느껴 보세요.


몸이 굳진 않았나요?
평소보다 낮은가요, 높은가요?
단단한 정도는 어떤가요?
안정적인가요?
시원하게 뱉어내는 느낌인가요?
어딘가 막힌 듯한 느낌이 드나요?

그저 있는 그대로 느껴보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자연스럽게 내면의 소리도 잘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위로와 다독임이 필요할 때,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을 때 낭독을 권합니다.



장애물이 없다

초기 투자 비용도 없습니다. 사전에 갖춰야 할 옷도 장비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책 한 권만 있다면 집에서도, 출퇴근 길에서도, 공원에서도 모두 가능합니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길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이 없다면 신문 기사, 광고 문구, 보고서, 카톡 메시지도 모두 좋습니다. 그저 하루 1,440분 중 10분만 내면 됩니다.



다이어트에도 좋다

에너지 소모가 꽤 크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문장을 보고, 머리로 이미지를 떠올려보고, 소리 내어 읽기를 반복하는 등 바쁩니다. 소리 내어 읽기 전까지는 두뇌 회전을, 이후로는 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소리는 성대 근육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얼굴 근육은 물론 목, 어깨, 가슴, 갈비뼈, 그 안에 횡격막 근육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입니다. 전신 운동인 셈입니다.



Q. 낭독,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낭독을 시작하려는 왕초보 분들께 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제가 했던 10분 훈련법(일명 ‘오독오독')입니다.  분 낭한 후, 다시  분간 낭 파일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기억하기 쉽게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1) 낭독하고 싶은 글을 준비하세요.

2) 휴대폰을 마이크 삼아 5분간 낭독하며 녹음해 보세요.

3) 5분이 지나면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세요.

4)  낭독을 마친 후, 몸과 마음은 어떤지 살펴보세요.   


버벅거리고 발음이 틀려도 괜찮습니다. 충고, 평가, 판단, 조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흘러나오는 대로 읽으며 계속 이어가 보세요. 10분이 어떻게 느껴졌나요? 낭독 하기 전과 후 몸과 마음은 어떤가요? 혹시 5분이 길게 느껴진다면 1분부터 시작해 보며 점차 늘려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 바로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고, 이 글을 낭독해 보세요. 그리고 귀 기울여 보세요. 오독오독 낭독을 경험해 보신 후 어떤 변화를 느끼실지 궁금해집니다. 언제든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이중적인 마음으로 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