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day-34

잘하는 것을 하면 좋아하게 된다.

by 신나

잘하는 것을 하면 좋아하게 된다.

하체의 날 스타트!

요가를 배울 때 사용하던 호빵 모양의 보수볼을 밟고 진행한 런지가 첫 운동이었다.

어느덧 pt를 34회 차 하다 보니 모든 운동이 다 반복이라 그렇지 않아도 지겨워지고 있는 참이었다. 특히 평소 싫어하던 맨몸 하체운동은 스쿼트와 런지가 주를 이루어 더더욱 그러했다. 내 기분에 딱 맞게 처음 하는 운동이 나왔다. 역시 운동도 창의력의 영역! 아직까지는 이 선생님과의 운동은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아서 맘에 든다.

보수볼을 밟고 런지를 하는 비교적 간단한 동작이다. 하지만 보수볼은 두 발로 밟고 서도 흔들리는데 한 발로 밟고 다른 발은 또 멀리 뒤에 두니 온몸이 매우 흔들렸다. 물론 원래 그런 운동이고 선생님도 그렇다고 했다. 급하게 잡을 만한 기구도 없는 곳에서 진행하다 보니 내가 오롯이 중심을 잡아야 했는데 나는 운동치, 몸치답게 너무 흔들려서 자꾸 미취학 아동들이 많이 추는 개다리춤 마냥 모습이 영 우스워졌다. 중심 잡기가 어렵다 보니 런지를 제대로 할 수 없어 허벅지만 아프고 엉덩이는 전혀 안 쓰이는 느낌이 들었다. 음, 한 마디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운동이다. 가뜩이나 잘 못하는 런지인데, 한 개를 제대로 해도 효과가 있을지 말지 모르는데 모든 세트가 몸을 사리며 대충 시늉만 하는 운동이 된 것 같다.

두 번째 운동은 앉아서 하는 한 발 스미스 레그 프레스. 이 역시 처음 하는 방식이었다.

한 발을 프레스판 가장 높은 곳에 얹고 다른 발은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떨어뜨려 놓는다. 그 후 한 발로 프레스판을 밀면 되는데 이때 미는 발바닥의 뒷 꿈치 부분에 더 힘을 싣고 무릎은 벌리면서 밀면 된다. 허벅지 외에도 고관절 접히는 부분, 엉덩이 쪽도 자극을 받는 운동이다. 무게를 뒷 꿈치에 잘 줄수록 고관절 쪽에 더 자극이 오는 것 같다. 스미스 레그 프레스는 이제 나 혼자서도 무게를 30kg까지 올리고 자극도 받는 운동인데 한 발을 이용하니 고작 5kg으로도 무게가 너무 무겁고 힘들었다. 두 발로 30kg이면 한 발이면 적어도 10kg은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발바닥 뒤쪽에 무게가 가도록 신경 쓰면 무릎을 잊고 무릎을 밖으로 벌리는데 집중하면 발 뒤쪽에 힘이 덜 싣리는 느낌이다. 하여간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한다. 멀티를 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살다 보면 멀티를 하지 않고는 안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악기를 배울 때도 멀티가 되지 않으면 습득이 느리다. 양쪽 발과 팔이 다 따로 움직여야 하는 드럼을 배울 때는 정말이지 혼돈의 카오스가 와서 일찌감치 포기한 기억이 있다. 고작 이 정도 동작에 멀티를 운운하긴 어이없을 수 있지만 두 가지에 주의집중을 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운동은 와이드 스쿼트였다. 허벅지 안쪽에 자극이 오도록 발끝은 바깥쪽을 향하고 무릎도 같은 방향으로 한 채 엉덩이를 뒤로 보내며 깊게 앉으면 된다. 허벅지 안쪽에 자극이 와야 한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더 아플 수 있게 깊게 앉으며 다리를 잘 벌리려고 신경을 썼다. 방금 내가 쓴 글을 보았는가? 조금이라도 더 아플 수 있게! 아픈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조금만 아프면 안 하려고 한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아프게 앉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은 근육통도 기다린다. 근육통이 와야 운동이 돼서 근육이 생기던 몸이 좀 매끈해지던 할 것 같아서다. 특히 내가 신경 쓰이는 부위를 운동할 때는 그 부분 살을 조각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더 강하게 하려고 하고 그 부분 근육통이 오면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엄청난 체중 감량을 할 몸은 아니지만 내 몸을 마음에 들게 바꾸고 싶은 부분이 꽤 있어서 그렇다. 하루빨리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조급함도 생겨서 자려고 누워서도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아마도 이 선생님과의 운동이 저강도인 것에 반해 근육통이 잘 느껴져서 나도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 나를 몰아세우듯 가르쳤어도 덕분에 힘이 세져 운동이 예전보다는 아주 조~~~~ 금 수월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잘하는 것을 하면 좋아하게 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운동을 잘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단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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