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빛이 거실로 꽉 차게 들어왔다. 따뜻한 가을 햇살 받으며 편한 의자에 앉았다.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를 들으며 <스님의 청소법>을 읽었다.
이런 평화로운 오전이 얼마만인가 싶다.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느긋하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그렇게 살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과 공간이었다.
이 평화가 깨지고 몸과 마음이 어수선해지고 걱정 근심에 예속되며 3년을 살았나 싶었다.
남편의 알츠하이머병에 내 마음이 얼마나 끄달렸나 되짚어 보았다.
오늘처럼 아침부터 취미생활 하러 남편이 나가는 날은 딱 하루다. 다른 날은 남편의 일상을 맞추느라 나는 너무나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남편은 잔병치레의 왕이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병원 갈 일이 잦았다. 이래저래 남편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었다. 치매 전에는 남편이 알아서 해결했었다. 그래서 내가 더 편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거수일투족을 내가 챙겨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참 이상하게 기적처럼 나한테 이 화창한 가을 오전이 주어졌다. 충만함이 느껴지는 이 짧은 아침의 순간을 마음에 고이 저장한다. 구름이 끼어들기 전에, 햇살이 지나가기 전에.
"청소는 마음을 닦는 것"이라고 '청소의 대가' 마스노 순묘 스님이 말한다.
오늘 나는 가을 햇살에 내 3년 묶은 마음의 먼지를 털고 말리고 내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