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상상 사이, 왕의 얼굴을 보다
조선시대 왕들 중 가장 잘생긴 이는 누구였을까?
역사 수업에서는 잘 다루지 않지만, 문득 궁금해지는 주제다.
실록에는 왕의 외모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인물의 묘사, 외교 문서, 그림과 같은 단서들을 따라가 보면, '용모가 수려했던 왕'으로 회자되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조선의 미남 왕을 찾아보는 역사 산책을 떠나보려 한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정조다.
정조는 문무를 겸비했을 뿐 아니라, 외모 또한 뛰어났던 왕으로 여러 기록에서 묘사된다.
눈이 맑고 이목구비가 정제되어 있으며, 걷는 모습도 단정하고 품위 있었다는 표현이 있다.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과 남아 있는 초상화에서도 또렷한 눈매와 단정한 얼굴선이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말솜씨, 글솜씨, 무예까지 능한 모습은 정조를 조선의 대표적인 이상형 군주로 만들어준다.
단종은 조선에서 가장 비극적인 생을 산 왕 중 하나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던 얼굴로도 회자된다.
실록에는 이목이 수려하고 성품이 부드러워 백성들이 우러러보았다는 표현이 있다.
유배 중이던 영월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래 찾아올 정도였다는 기록은, 그의 외모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음을 말해준다.
단종은 아름다움과 비극이 겹쳐져 한층 더 인상적인 존재로 남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일반적으로 ‘잘생긴 왕’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그에게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당시 어진을 보면 이마는 넓고 눈매는 부드러우며 입매는 단정하다.
왕의 품격이 얼굴에서 배어난다는 표현도 있다.
세종의 얼굴은 외형의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안정감과 지혜로움이 배어 있는, 품격 있는 얼굴로 기억된다.
그는 권위와 자비를 동시에 가진 얼굴을 한 왕이었다.
성종은 눈썹이 길고 코가 오뚝했으며 인상이 온화하다는 묘사가 있다.
풍류와 여색을 가까이한 성향 역시 외모에서 오는 매력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광해군은 구체적인 외모 표현은 적지만, 감성적인 성향과 예술적 기질, 문학적 재능을 볼 때 다듬어진 외모와 분위기를 갖춘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에서의 ‘잘생긴 왕’은 단지 외모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그들의 분위기, 말투, 행동, 시대가 그들에게 기대한 이미지까지 모두 합쳐져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정조의 또렷한 눈빛, 단종의 슬픈 얼굴, 세종의 온화한 인상.
이들의 얼굴은 외적인 미를 넘어, 그들의 삶과 품격을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역사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때때로, 한 사람의 얼굴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창이 되기도 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조선 왕들의 체형과 건강에 관한 기록을 바탕으로, 왕의 몸이 담고 있던 또 다른 정치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