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서른 그게 뭘까

by 고우린

어릴 때는 몰랐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고등학교 때 나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를 제약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빨리 없애고 싶었다. 통금, 음주, 흡연 미성년 때는 해보지 못하는 해방감들을 빨리 경험하고 싶었다.


막상 어른이 되어 그것들을 다 경험하고 나니 시시했다. 별 거 아니었잖아?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스무 살이 됐을 때는 처음으로 술을 경험해 봤다. 딱 한입을 마셨을 때는 생각보다 맛있잖아? 였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새로웠다. 술이라는 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는 거구나 하면서 호로록 마시다 보니 결국 친구 등에 업혀 집에 가는 것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술은 생각보다 해로웠다. 기억을 잃는 일이 많았고, 나의 주량을 알게 되었다. 흡연은 생각보다 더 나와 안 맞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왜 이렇게 맛없는걸 사람들은 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 안 가 흡연의 중독성을 알 수 있었다. 스물 하나가 됐을 때 다니던 회사는 나를 흡연의 길로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상사는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서류를 나에게 던지기 일쑤였고, 야근은 틈만 나면 생겼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면 해방감이라는 것을 좀 느꼈다. 담배는 나에게 도피처와 같았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 부모님이 밤만 되면 술을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술로 인해서 부모님과 자주 싸웠다. 술로 인해 성격이 변하는 것이 싫었고 엄마는 그때마다 말했다. 너도 성인이 되면 이해할 거야라고.


어릴 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를 먹은 현재로서는 왜 부모님이 그렇게 술에 의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도 부모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술과 담배에 의존했고, 그로 인해 힘듦을 조금은 삯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회사들을 전전하다 계속 쉼 없이 달려온 현재 나는 번아웃이 왔다.


공황장애, 스트레스성 위염, 불안장애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몸도 누구보다 건강했고, 처음에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는 그게 공황이라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나에게 병이 왔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못하고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가 하고 종합검진을 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저 나의 증상들을 보았을 때 공황장애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불안감에 떨었다. 증상들을 마주 할 때면 생각들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대로 죽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최악의 상황을 계속 생각했다.


심장이 엄청나게 빠르게 뛰었고, 어느 순간 갑자기 손발이 저린 느낌이 들면서 혈관이 막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정확히 차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타고 가던 차를 멈추고 처음으로 구급차를 불렀다. 몸이 굳는 느낌이었다. 한순간에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나는 이대로 죽을 거라는 느낌만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 공황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진정제를 써서 강제로 잠에 들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 심적으로 얼마나 불안한지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었다.


일을 그만둘 때도 불안했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다시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들이 휘몰아쳤지만 지금 당장은 그만둘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예전에는 일을 그만둘 때 어디든 나를 찾아 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확신이 없다. 이런 나의 모습에서 확실히 나이가 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면 앞자리가 바뀐다는 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불안감을 더 크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변화하고 싶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디로 흘러갈지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일을 그만두고 묵호행 기차 편을 샀다.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바다를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아무 생각 없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터무니없어 보일지 모른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누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나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중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을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나만의 행복에만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가만히 유유자적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도전을 하며 인생을 나아갈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다. 두렵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어디로 내가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이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나의 행복을 찾으면서 나의 인생을 그려보자. 이대로 살아가다 보면 멋진 인생을 살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이게 나였지. 무언가에 묶여있는 모습은 내가 아니다. 나는 자유로울 때가 가장 나답다.

작가의 이전글혼술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