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몰아세울 필요가 있다
요즘 내가 자신감이 너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햇병아리가 쓴 몇마디 글에 과분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내 콧대가 하늘을 뚫을 듯 치솟고 있다. 내 글 하나하나가 마치 다른 작가님분들이 쓰시는 글처럼 특별하고, 아름답고, 위대한 작가가 쓴 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한가지 다짐을 한게 있다. 절대로 자만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별거 아닌 사람이며, 자만은 사람을, 특히 나를 망치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첫글을 쓸 때 마음속으로 계속 빌었던게 생각난다. 제발 한명이라도 좋으니 내 글을 읽어주셨으면, 내 글이 묻히지 않았으면, 한 명이라도 좋으니 좋아요를 눌러주셨으면, 한 명이라도 좋으니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성과는 내 예상보다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며, 좋아요도 많이 달아주셨다. 첫 댓글이 달렸을 때는 날아갈 듯이 기뻤던게 생각난다. 내가 가장 바랬던게 댓글을 통해 내 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거였기 때문이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내 자신감이 너무 올라간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진짜 작가라도 된 것 마냥 착각하고 있다. 글 한글자 한글자를 쓸 때마다 내가 천재라도 되는 것 마냥 착각하고 있다. 나는 글쓰기를 뗀지 얼마안된 햇병아리라고 저번글에 자학하며 쓴 글이 있는데 벌써 잊어먹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내가 '작가병'에 걸린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인정욕구와 자존감으로 가득차서 내가 작가인 것 마냥 착각하는 병. 흔히 말하는 홍대병과 비슷하다.
'작가병'에 걸리면 답이 없는게, 주시는 관심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글에만 의존하다가, 관심이 사라져 버리면 불안하게 되고 절망하게 된다. 자존감이 너무 높아져 '나는 이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나는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세울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게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당근도 적당히 줘야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말이 살쪄서 게을러지고 달리질 못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주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말이 순탄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지 않은가.
절대로 초심을 잊지 말자. 주시는 관심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살자. 겸손해지자.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10년전에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자. 나는 나를 주기적으로 몰아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시는 과분한 관심에 조금은 기뻐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옳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자긴감을 쉽게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다른 작가분들이 쓰신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이다. 읽다보면 감탄하고 한 수 배우게 되며 스스로가 겸손해진다.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나 글들을 보면 삶 속에 담긴 감정들을 훌룡한 표현력으로 써내신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할 점이 많다. 그러니 작가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나는 작가지망생일 뿐이다. 10년전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