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사람이 특출 난 배경을 가졌거나,
잘생긴 미남이어서가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 나의 마음은 불행했다..
어쩌면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그 감정을 목표 삼아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이었다.
나를 점점 잃어가면서도, 그걸 사랑이라 여겼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프롬">
그해 초여름 그를 첨 만났을 때는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적인 관심과 배려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뭔가 핀트는 안 맞았지만, 그의 정성스러운 데이트 계획에 나는 수긍했고,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하나 놓듯 이어진 주말은 온통 그와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나의 빈마음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나타나준 그는,
어쩌면 내 삶의 터닝포인트였다.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잃어가게 만든 큰 사건이기도 했다.
첫 만남에서 그는 취미를 물었고,
난 독서라고 답했다.
좋아하는 작품을 묻기에,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말했다.
그때, 더 밝고 가벼운 책 제목을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우리의 미래는 조금 더 핑크빛으로 물들었을까?
순수했지만, 그래서 더욱 지키기 힘든 사랑의 순도는 점점 빛을 잃었고,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게 되었다..
우리의 관계보다는 나 자신을 더 중심에 두었다면
조금 더 건강한 사랑이 가능했을까?
지금에 와서야 나는 이해한다.
사랑은 단순히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