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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여정을 함께하는 블렌디드 티, 매니폴드의 브랜딩

일상의 발견을 통해 생경한 자극을 만드는 매니폴드의 F&B 브랜딩

by 스프레드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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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 매니폴드는 스프레드웍스가 만든 블렌딩 티 브랜드예요. ‘감각의 여정을 함께하는’이라는 슬로건 아래, 차를 매개로 일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안해요.
- 브랜딩 에이전시가 만든 브랜드답게, 매니폴드는 제품보다 ‘경험’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칵테일이나 젤라또처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죠.
- 일상 속 경험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는 매니폴드. 이들은 어떻게 1) 새로운 차 문화 2) 재미있는 플레이 3) 일관된 브랜드 경험이라는 3가지 과제를 풀어가고 있을까요?


PART 1. 매니폴드 브랜딩, 경험에서 출발하다


Q. 커피가 강세인 국내 시장에서, 티 브랜드를 열었어요. 걱정은 없었나요?


오이담 대표(이하 이담): 처음부터 ‘이걸 우리가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블렌딩 티라는 게 원재료를 말리고, 여러 요소를 섞어가며 향과 균형을 조정해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는 일이거든요. 그 과정이 스프레드웍스가 하는 디자인과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여러 요소를 최소화했다가 다시 구성해 조화롭게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죠. 차를 매개로 재밌는 걸 여러가지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① 새로운 차(茶) 문화


사실 차는 여전히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셔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잔을 여러 번 헹구고, 예법에 맞춰 마셔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제 성격이 그런 방식과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티백 형태로만 풀었어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요.


매니폴드의 티는 다른 브랜드보다 향이 조금 더 선명하고, 한 끗이 강해요. 가향을 적절히 해서 음료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설탕을 쓰지 않지만 맛에 밀도가 있어서, 우유나 탄산수에 섞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디테일이 매니폴드가 만든 차의 ‘새로움’을 완성해준다고 생각해요.


② 재밌는 플레이


현실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차’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아요. 특히 블렌딩 티는 더 낯설게 느껴지죠. 그러다 보니 종종,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생겨요. 그때 깨달았어요.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차를 즐기는 문화 자체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매니폴드를 더 가볍게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외부 브랜드와의 오프라인 팝업을 선택한 거예요.


앎에 오른발을 두고, 새로움에 왼발을 둬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낯설지만, 익숙함 안에서 균형을 잡으면 그게 곧 재밌는 경험이 되니까요. 가장 최근에 진행한 오프라인 팝업은 한남동 라운지바 스톡앤스톤드에서 열린 〈Tempo of Tea〉예요. 스톡앤스톤드는 잡지, 음악, 클럽 컬처를 오가며 감각적인 시도를 이어가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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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댄서블한 하우스나 테크노랑 같이 즐기는 그림은 이 브랜드를 기획하기 전부터 그려왔던 그림이에요. 2019년 암스테르담의 클럽에 갔을 때 여러 스테이지가 있는 곳이었는데, 한 스테이지에서 앰비언트 테크노를 틀어놓고 자거나 쉬는 공간들이 있었거든요. 이 이질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나중에 브랜드로 풀고 싶었어요.


이번 스톡앤스톤드와의 협업도 이 맥락에서 만들어진 이벤트에요. 실제로 방문했던 고객들이 여기서 차 이벤트를 한다는 점을 재밌게 생각해줬어요. 매니폴드는 ‘제품’을 넘어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브랜드’를 지향해요. 사람들이 재밌게 느끼는 요소에 매니폴드의 감각을 엮어, 차를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실험은 계속될 거예요.


*스톡앤스톤드 X 매니폴드〈Tempo of Tea〉 티 칵테일 팝업은 25년 10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③ 일관된 브랜드 경험


매니폴드는 제품보다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더 집중해요. 단순히 맛이나 향만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각·청각·후각이 함께 작동하는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큐레이션하죠. 비주류의 차 문화를 메이저 문화와 연결해,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감각적 경험’을 제안하는 브랜드. 이런 시도들이 쌓일수록 매니폴드의 아이덴티티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어요.


결국 매니폴드가 하는 일은, 굳이 마실 필요가 없는 차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만드는 일이에요. 어렵게 느껴지는 차 문화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차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단, 음악이나 패션, 공간 같은 다른 문화와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게 매니폴드가 차를 다루는 방식이에요.


Q. 처음 해보는 일이라 우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담: 매니폴드는 시작부터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하지만 스프레드웍스가 본업이다 보니, 처음부터 오프라인 공간을 직접 운영하는 건 부담이 컸죠. 그래서 ‘가볍게, 재밌게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팝업을 선택했어요. 오히려 고정된 공간을 여는 게 부담이었지, 팝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PART 2. 감각은 어떻게 브랜드가 됐을까


코로나 때 집에서 친구들과 차와 술을 함께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좋아하게 됐어요. 신기하게도 같이 마시면 숙취가 덜하더라고요. (웃음) 그러면서 자주 마시게 되었는데, 마시다보니 느꼈어요. 차도 결국 여러 노트를 음미하고, 향과 밸런스를 즐기는 감각의 영역이라는 걸요. 그래서 티를 ‘술이나 향수처럼 즐길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방향성이 명확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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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잖아요. 비즈니스 가능성도 보셨나요?


이담: 당장 큰 수익을 내기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걸 실험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스프레드웍스가 커머스 브랜딩 프로젝트를 많이 해온 팀이다 보니, 자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 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였거든요. 내부 프로젝트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재밌다고 느껴야 지속돼요. 지금은 수익보다 재미를 우선순위에 두고, 리스크를 줄여가며 천천히 방향을 잡아가고 있죠. 오히려 그 ‘자유로움’이 매니폴드를 지금의 재밌는 브랜드로 만든 것 같아요.


Q. 재밌으니까 지속할 수 있었던 거네요.


맞아요. 그래도 블렌딩티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기본부터 차근히 배웠어요. 동시에 여러 재료를 섞어보는 게 취미가 됐어요. 괜찮은 조합을 발견할 때마다 기록하면서 매니폴드 샘플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후에는 밸런스를 가장 잘 구현해줄 수 있는 제조사를 찾아 의뢰했죠. 제조사는 직접 방문해서 하루종일 디테일 바꿔가면서 디벨롭을 했어요. 확실히 전문가셔서 훨씬 정교하게 디벨롭해서 돌아오더라고요.


Q. 블렌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요?


이담: 블렌딩 티는 본래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에요. 일단 다들 뭔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매니폴드는 처음부터 너무 낯선 조합보다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맛에 한 끗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예를 들어, 칵테일도 상큼한데 살짝 매운 맛이 느껴질 때, 그 의외성이 재미를 주잖아요. 매니폴드의 블렌딩 티도 그런 균형과 의외성에서 출발해요.


‘쿨그래스’는 페퍼민트에 감초를 섞는 해외에서는 잦은 블렌딩 레시피에서 시작됐어요. 다만 국내에서는 감초 향이 낯설다 보니, 리치처럼 익숙하면서도 시원한 과일 향으로 밸런스를 맞췄죠. ‘오리엔탈 시트러스’는 블랙티 베이스에 자몽·청귤·시트론을 더해 상큼한 시트러스 노트를 만들고, 여기에 시나몬과 페퍼를 더해 오리엔탈 무드를 완성했어요. 자몽 허니 블랙티처럼 익숙한 조합에 살짝 매운 향이 겹쳐질 때 느껴지는 의외성이 재밌더라고요.


결국 매니폴드의 매력은 완전히 새로운 맛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차이와 한 끗의 재미에 있어요. 그래서 처음 마시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고, 마신 사람은 반드시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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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운 라인업도 나올까요?


한국에서는 차를 마실 때 대부분 기능이나 효능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피로 회복, 숙면, 저당 같은 식으로요. 하지만 매니폴드는 차를 기능이 아닌 맛으로 즐기는 문화로 바꾸고 싶어요. 술이나 칵테일처럼 향과 밸런스를 음미하는 경험, 그 자체를 제안하는 거죠.


그래서 매니폴드의 블렌딩 티는 많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에요. “차에서 이런 맛도 나?” 하는 놀라움을 주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방향은 계속될 거예요.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게 느끼는 맛 안에서 한 번 더 디테일을 올려, 익숙함 속에서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주고 싶어요.



PART 3. 일상에 감각을 더하는 브랜드를 꿈꾸다


Q. 매니폴드의 슬로건이 “감각의 여정을 함께하다”에요. 감각을 확장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이담: 저는 감각이란 결국 ‘얼마나 낯설게 세상을 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유행이나 규격이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다들 비슷한 기준 안에서 비슷한 걸 소비하잖아요. 같은 물건을 봐도 다르게 느끼는 시선이 필요해요. 여행을 가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던 쓰레기통조차 예뻐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런 생경함이 감각을 확장시켜요.


익숙한 것 안에서 낯섦을 발견해야, 새로운 자극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감각은 거창한 재능이 아니라 ‘다르게 보기’ 훈련이에요. 매니폴드도 그런 낯섦을 즐기려는 시도에서 시작됐어요. 익숙한 차 안에 한 끗의 생경함을 담는 일, 그게 매니폴드가 말하는 감각의 여정이에요.


Q. 매니폴드 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매니폴드가 추구하는 ‘감각의 여정’이 짙어지고 명확해질수록, 다양한 카테고리에서도 매니폴드만의 플레이를 접목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커피 시장 한가운데서, 매니폴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감각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차에 머무르지 않고 라이프스타일과 웰니스 영역으로의 확장하고 싶어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상적인 경험 안에 ‘한 끗의 새로움’을 더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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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웍스매니폴드의 브랜딩 디자인을 비롯해 벤슨, 희녹, 노티드, 다운타우너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브랜딩 전략부터 공간, 패키지, 디지털 콘텐츠까지 전방위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감정과 태도를 시각화하고,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채널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 강점을 가진 팀이에요. 스프레드웍스 홈페이지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디자인으로 말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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