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프로와 지하의 유령들

외주화된 지성의 최후

by 김경훈

생각하기를 멈춘 도시


수도 마도르의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감정 진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근 이 도시의 귀족과 평민을 가리지 않고 가장 열광하는 것은 비전프로라는 이름의 거울형 마도구였다. 이 거울은 대마법사 바르톨이 고대 정령의 지혜를 담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사람들의 미세한 디지털 공감각을 분석하여 어떤 질문이든 가장 완벽하고 개인화된 해답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어려운 마법 공식이나 요리 레시피를 묻던 사람들이 점차 모든 일상을 거울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길을 걷다 넘어졌을 때 어느 쪽 발부터 일어나야 할지 심지어 재판관들은 판결문조차 거울이 불러주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왕국의 지성은 빠르게 마비되어 갔고 거리는 비전프로를 들고 중얼거리는 바보들로 넘쳐났다.



지하실의 노동자들


하지만 비전프로가 내놓는 그 완벽한 해답 뒤에는 끔찍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화려한 중앙 마탑의 가장 깊고 축축한 지하실이 바로 그 진실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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